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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13. 2020

이런 관리자라면 참 좋겠네

[존중하라]를 읽고, 직원을 위한 배려 20가지

(P.212 사례를 각색하다.)


# 금요일 오후 4시

  한 시간 뒤면 여자 친구와 여행을 떠날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 어쩐지 불길하다. 고객사의 전화다. 보고서에 일부 문제가 있다며 다시 작성해달라고 한다. 그것도 오늘까지. 대략 잡아도 3시간은 걸릴 일이다. 수화기를 던지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오!"라는 짧은 외마디를 내뱉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과장님, "무슨 일 생겼어요?"라고 물으신다. 주저하다가 지금의 사정과 고객사의 요구를 이야기했다. 과장님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걱정 마!"라며 다섯 시까지 최대한 해 놓으면 나머지는 과장님이 마무리해서 보내겠다며 걱정 말고 가란다. '과장님 뒤에 날개가 보여요.'


# 수요일 오후 3시

  갑자기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폐렴 때문에 학교 일주일 쉬어야 해." 나는 싱글맘인데, 일손을 도와줄 사람도 그럴만한 금전적 여유도 없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있는 나에게 과장님이 묻는다.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나의 상황을 잘 아는 과장님, 딸이 폐렴에 일주일 쉬어야 한다는 말에 일주일 동안 재택근무하라며 본인이 필요한 사항을 조치해 주셨다. 이메일로 연락하라며 노트북으로 연락하면 된다고 걱정 말라하신다.

  

# 월요일 오후 2시

  새로 오신 과장님이 잠시 면담을 하자고 하신다. "많이 바쁘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없는 시간도 만들어 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과장님은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묻는다.

  과장님 옆 자리에 앉으니 과장님은 스마트폰도 무음으로 하고, 사무실 전화도 음성사서함으로 돌려놓는다.

  지난번 과장님은 나와 면담하면서 전화도 다 받았고 내가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며 메시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번 과장님은 다르다. 내 말을 경청해주고 대화에 집중하며 나를 존중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직원들을 이끄는 건 당근과 채찍이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 하지만 생각보다 회사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존중하라]에 나온 배려에 관한 실천 전략이 마음에 들어 내용을 옮기며 내 생각을 적어 보다.


(p.214-220)

1. 직원들을 잘 알기 위해 노력한다.

  배려를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모아두어야 진심 어린 배려가 가능하다.

  퇴근하고 무얼 하는 것을 좋아할까?부터 생일, 입사일자, 자녀의 이름과 나이, 취미, 관심사, 고향, 결혼기념일 등 가능한 다양한 정보 등을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프로그램 등으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한 번에 얻겠다고 질문을 퍼부으면 안 된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취조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모아야 한다.


2. 서로 배려하는 회의 규칙을 정한다.

  회의 과정에서도 배려의 규칙이 필요하다.

  - 스마트폰은 진동 모드나 무음으로 한다. 반드시 확인할 급한 일이 있는 사람은 회의 시작 전에 알린다.

  - 회의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은 항상 정시에 끝나야 한다. 물론 끝나는 시간이 빠른 건 좋다.

  - 회의를 없애거나, 시간을 단축하거나, 꼭 참석해야 할 사람의 범위를 좁힐 방법이 있는지 의견을 구한다. 직원들이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이메일이나 문서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 회의에서는 일부 사람이 발언을 독점하지 않고 모두 발언할 기회를 갖도록 한다.

  - 참석자 모두의 발언을 정리해서 정리하고 회의록을 작성해둔다.

  - 발언을 할 때는 반드시 참석자의 얼굴을 바라본다.


3. 금요일을 '피드백의 날'로 정한다.

  금요일마다 격주로 '관리자와의 점심 식사'시간을 마련하다. '피드백의 날' 목적은 직원들의 생각과 관심사, 아이디어를 듣는 날이다. 관리자는 기본적으로 잘 듣고, 질문하고, 메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24시간 이내에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참석자가 줄어들 것이다.


4. 일대일 면담을 한다.

  이메일이나 공지를 통해 직원들의 고민과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30분씩 개별 면담을 가진다. 주제는 업무, 회사의 방향, 사무환경 등 어떤 주제든 가능해야 한다. 면담 중에는 관리자는 변명해서는 안되며 직원의 이야기를 충실히 들어준다. 그 자리는 직원과의 공감을 위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5. 특별한 날을 챙긴다.

  직원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카드나 쪽지를 통해 관리자가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6. 금요일에는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

  금요일 오후에는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거나 회의를 여는 것을 제한한다.


7. 소음 공해를 없앤다.

  직원들의 가장 흔한 불만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 때문에 업무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무실 칸막이가 소음을 잘 차단하지 못한다면 직원들에게 귀마개를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중력과 생산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8. 직원과 따로 점심식사를 한다.

  일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직원 한 명과 점심을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9. 커피를 돌린다.

  나른한 오후, 직원들이 원하는 메뉴를 파악해 커피를 돌린다.


10. 야근할 때 저녁을 산다.

  직원들이 다 같이 야근을 할 때는 음식을 배달시켜 저녁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야근을 안 하면 더 좋겠지만!


11. 주말을 일찍 시작하게 해 준다.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을 2시간 앞당겨 직원들이 주말에 놀러 갈 수 있도록 해준다.


12. 직원을 부를 때 예의를 갖춘다.

  일 하고 있는 직원에게 말을 걸 때는 양해를 구한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라고 묻는다.


13. 직원이 항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원이 언제든지 전화를 받을 수 있다거나 통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아까 그 문제에 대해 5분 정도 이야기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가능해요? 아니면 따로 시간을 잡을까요?"


14. 유연근무제를 실시한다.

  재택근무를 포함하여 직원의 근무 일정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회사가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해 줄수록 직원들은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15.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지나치다 싶을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자신이 직원들에게 먼저 알려줄 수 있는 소식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먼저 듣도록 하지 말아야 한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헛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헛소문은 생산성의 가장 큰 적이다.


16. 진심 어린 인사를 한다.

   "주말 어땠어?" 같은 말을 들으면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금요일에 직원들에 주말 계획을 물었다가 월요일 오후 적당한 때에 금요일 계획을 잘 보냈는지 물어본다. 직원들은 세심한 배려에 고마워할 것이다.


17. 뉴스를 공유한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공유한다.


18. 스포츠 뉴스를 확인한다.

  경기 결과를 확인해서 스포츠를 좋아하는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다.


19. 직원의 개인 소지품을 화제로 삼는다.

  직원의 자리에 놓인 물건이나 사진을 대화의 주제로 삼는다. 공통의 관심사이면 더 좋다. 말은 대부분 직원이 하고 관리자는 잘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대화는 몇 분 이상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자, 이제 그만 일하러 가야지?"같은 말로 얘기를 끝내지 않는다. 그냥"얘기 재미있었어"같은 간단한 말로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


20. 취향대로 자리를 꾸민다.

  직원들이 자기 자리를 취향에 맞게 꾸미도록 한다. 가족사진과 같은 개인 물건은 직원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기분이 우울하거나 짜증 날 때, 화가 날 때 다시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이 된다.   


  문득 직원에 대한 배려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사회적 관계의 배려가 생각났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나 책, 영화 등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고민이 되었다. 친구에게 신문기사를 보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보고 추천해주거나, 가족에게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정보를 알려주는 사소한 배려를 나는 과연 얼마나 하고 있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배려를 잘해주는 관리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에서 시작해 '나는 과연 주위 사람들에게 사려 깊은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배려를 잘하고 있나?'라는 질문으로 끝이 나다. 지인들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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