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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23. 2020

출근길의 한 남녀

배려가 뭔가요?

  네 명이 마주 보는 버스 좌석에 앉았다. 한 남녀가 앞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남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게임을 시작했다. 같이 앉은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끼며 자리에 앉았다.


  마스크를 낀 여자는 약간의 기침을 했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이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남자는 괜찮냐고 하는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는다. 아직 두 사람의 손에 반지가 끼어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연인 사이로 보였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에 빠져 사는 남자라면 헤어짐이 맞지 않을까?

  자리에 앉아 애써 눈을 감는 여자를 보니 감기의 아픔보다 무관심의 설움이 더 커 보인다.


  나는 다음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옆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렸다. 앞에 앉은 여자 역시 그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해 움직였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기에 출근하는 여자를 위해 최소한 인사라도 하지 않을까 했는데.

  떠나는 여자의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만 시선이 가 있었다. 그 여자는 애써 괜찮은 척 자기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 남자에게는 배려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었을까? 버스에 내려 걸어가는 그 여자의 뒷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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