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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24. 2020

아들의 조삼모사

필승 시험전략

  큰 아이의 스케치북을 보았다. 드넓은 스케치북에 나무 한 그루와 집 하나가 전부였다.

알고 보니 미술 수업 시간에 그린 그림이란다. 그것도 무려 2시간에 걸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20분도 아닌 2시간이나 걸린 그림이라. 나도 어릴 적 미술 시간이 싫었는데 우리 아들도 미술 시간이 많이 싫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그림보다 아들 그림에 더 신경을 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서로 찍기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시작은 딸이었다. 열심히 국어 오답 노트를 적는 중이었다. 알아서 하고 있나 했더니 학교에서 내준 숙제란다. 그러길래 조금만 틀리라고 했더니 다른 아이들은 오답 노트에 "5답"이라고 적는 아이도 있다며 자신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당당히 이야기한다. 거기다가 덧붙여 헷갈리는 문제도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하기에 어떤 문제인가 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아 외국에서 수입하는 자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기름"이라고 쓸 뻔했는데 "석유"라고 써서 맞췄다며 자랑스레 이야기한다. 딸아, "기름"이 뭐니 들기름, 참기름도 아니고.


코카콜라 vs 조삼모사


  아들이 본인은 모를 때는 조삼모사 전략을 쓴다며 한 수 거든다. 특별한 내용이라도 있나 싶었다. 딸이 본인도 찍기 전략이 있다며 코카콜라 전략을 쓴단다.

  "코카콜라맛있다딩동댕파피코....."

  거의 주술에 가까운 문구를 외우더니 자기 마음대로 중간에 멈춘단다. 그렇게 나온 답을 적는다 하니 아들은 무조건 조삼모사라 한다.

  "조금 알면 3번, 모르면 4번. 그래서 조삼모사 전략이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세어 나온다. 선생님이 1번이랑 5번은 절대 답으로 하시면 안 되겠다. 아들아. 이제는 찍기 전략까지 가르쳐야 하는 거니?

  공부만 가르치면 될 줄 알았는데 가르쳐야 할 것이 점점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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