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채우다
아이들의 교양을 위해 산 지식 채널 e 세트. 발간된 지 몇 년이 지나서인지 오래된 자료들이 많이 보인다. 지식 채널 마지막 8권을 읽으며 느꼈던 점을 적어보다.
이게 어떻게 재밌지?
'접시 움직임에 대한 방정식', '내가 만약 전자라면 어떻게 움직일까?'를 고민하던 사람, 바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물리학과 양자역학에 관심이 있어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는 몇 번 들어보았다. 하지만 양자 중첩, 슈뢰딩거의 고양이, 큐비트 등의 용어를 들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0도 아니고 1도 아닌 0과 1 사이의 그 어디쯤이라는 설명에서 과연 이건 물리학인지 철학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나도 파인만이 느꼈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고난이 위인을 만들다
정신지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돈을 벌고자 글을 써야 했고 세상을 바꿔야 했다. 그렇게 50년 동안 300권의 책을 썼다.
세 살 때 부모와 헤어져 조부모와 살아야 했다. 일곱 살에 겨우 가족과 상봉했지만 수업료를 내지 못해 퇴학당했다.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이 망해 건설 노동자로 일해야 했다. 사범학교에 장학금 수혜자로 입학해 교사가 되었지만 교사에서 해임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했던 사업도 실패했다. 아들은 16살에 사망하고 이후 어린 두 딸과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렇게 쉰다섯 살이 되어 이후 30년간 자기만의 관찰을 기록한다.
처음 이야기는 작가 펄 벅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곤충기를 쓴 파브르의 이야기다. 인간은 시련을 겪고 나야 더 위대한 사람이 되는 걸까? 신께서 주신 시련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하는 걸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
p.25
몽고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하던 마르코 폴로는, 만약 일상이 지옥이라면 이를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스스로 지옥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길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지옥의 한 복판에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책을 닫으며
아이들의 교양을 위해 산 책인데 오히려 내 지식을 더 쌓은 느낌이다. 궁극의 배움은 가르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읽고 소화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려 하니 대충 소화해서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뼈대를 잡고 살을 잘 붙여서 말하려니 몇 번이고 읽어야 했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의 말을 보며 내가 생각한 자녀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느낌도 하나 받았다.
"시민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원하게끔 하는 데 있다."-프랑스 전 교육부 장관 레엥 베라르
어쩌면 이 책도 시간이 지나면 그저 옛날의 역사를 기록한 책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읽는 시점에는 필요하지 않은 지식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검색 한 번으로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뇌에 그저 과거의 지식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지식들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이런 지식들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줄지?'와 같은 질문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함을 느끼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역사학자 에릭 홉스 봄
역사학자의 말에서 나는 다른 것을 보았다. 지식과 교양이 부족하다고 포기해선 안된다. 세상에 대한 상식은 결코 저절로 생기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교양 하나를 늘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애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