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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6. 2020

퇴직 후 세계로 뛰어들기 전에

몇 년 뒤의 나에게

조만간 이 회사에서 퇴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다만 언제 퇴직할지 시기는 알 수 없다. 퇴직이라는 시기에 나태해지거나 위험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미리미리 주위 어른들의 충고를 적어본다.


1.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퇴직하고 나면 놀겠다고 한다. 하지만 등산과 바둑으로 매일매일을 때우는 것이 하루 이틀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일주일 내내 하면 그건 노동이 된다. 일을 하다가 어쩌다가 한 번씩 하는 것이 재미가 있는 것이지.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소일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열성적으로 사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물론 돈와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이면 더 좋을 것이다.


2. 퇴직 이후를 미리 고민하자. 

  회사를 다니면서 퇴직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 퇴직을 하고 나서 고민을 하면 늦다. 그래서 퇴직 전부터 퇴직 이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돈이 아니라 일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퇴직 전에 연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아라. 본인이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가는 길이 미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어떤가? 가슴이 뛰는가? 아니면 가슴이 답답한가? 그런 미래는 아주 먼 미래일 것이라고? 회사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회사에서 갑자기 감원을 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나? 우버 택시가 기존 택시를 밀어낼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나? 세상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안 그러면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3. 아무런 준비와 기술 없이 자영업(치킨집, 카페)에 뛰어들지 말자.

  갑자기 생긴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대부분 자영업에 뛰어든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그토록 치킨집과 카페가 많이 생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고유한 기술이 없는데도 그저 자신의 자본만 믿고 시작한 경우에는 1년이면 90%가 망한다. 5년 이내에 생존율도 10%가 되지 않는다. 정말 자신이 그 업종이 해 보고 싶다면 돈을 받지 말고 아르바이트를 6개월만 해봐라. 물론 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겠지만 나이 많은 사람이 돈 받고 아르바이트한다면 사장이 써주겠나? 아르바이트하면서 그 업종의 특성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지, 현실적으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본 다음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돈도 넣고 자신의 노동력도 넣었는데 벌리는 돈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게 된다.


4.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일은 피하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모두들 잘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에게 기술과 능력이 있어도 운이라는 게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오래 버티려면 고정비가 적어야 버틸 수 있다. 처음부터 사무실도 거창하게 꾸며놓고 직원까지 뽑아놨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안 오르면 속이 타들어간다.

  초반에 너무 달리면 막상 운이 따라오는 타이밍에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5. 쥐 경주에서 벗어나라.

  직장인이라면 보통 부장으로 임원으로 사장으로 승진을 꿈꾼다. 하지만 그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다. 그리고 막상 그 위에 올라가 보면 아무것도 없다. 자신도 가족도 포기한 채 상위 직급에 올라서 얻은 대가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자신이 얻는 이면에 포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라.


6. 당신의 능력과 직장의 능력을 착각하지 마라.

  직장에 있는 순간은 그대가 KTX를 타고 있는 셈이다. 그대가 뒤로 가지 않으면 보통 300km/h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 즉 기차에서 내려오는 순간 자신의 속도로 돌아온다. 미리미리 자동차라도 준비해야 100km/h라도 달린다.

  안 그러면 4km/h 도보로 걷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주위 사람들 표정을 보니 ‘지금 직장 잘 다니고 있는데 왜 이런 뚱딴지같은 이야기를 하냐’ 이런 표정이다.

  말을 하는 이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지만 듣는 우리에게는 젊음이라는 눈가리개 때문에 퇴직한 이의 그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부디 나는 준비 없는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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