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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07. 2020

예선과 결선

전략적 실패

  오래전에 회사에서 열리는 볼링대회에 팀 대표로 나간 적이 있다. 3인 1조로 여직원 1명과 남직원 2명의 조합이었다. 그 팀에서 내가 가장 오래 볼링을 쳐 본 이유로 주장을 맡게 되었다. 이전 해에도 볼링대회에 참여했지만 총점 20점 차이로 수상을 놓쳐서 이번에는 꼭 순위권 안에 들어야겠다고 욕심을 내었다.

  창고에 깊숙이 모셔놓았던 아대와 볼링 전용화까지 꺼내어 특별히 준비를 했다.

  대회 당일 업무를 끝내고 볼링장에 도착했다. 30분간 몸을 푼 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예선 2게임 합계로 결승 진출 4팀을 가렸다. 처음 시작부터 운이 좋았다. 스트라이크(핀을 모두 쓰러트림) 3개를 연속으로 기록하며 177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첫판부터 스페어(해당 프레임의 10개 핀을 모두 쓰러트림) 처리를 하지 못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스페어를 쌓아가며 점수를 올려서 결국 170점을 기록했다.

  다른 두 팀원도 타 팀 평균 정도의 기록은 올려서 예선 2게임 모두 참여팀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올렸다.


  하지만 그건 예선이었다. 결선은 예선 점수와는 무관하게 결선 게임의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었다. 왜 우리 팀이 예선 1위였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다. 우리 팀은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첫 번째 선수였던 나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부족한 체력 때문이었는지 이전 2게임과 달리 볼을 계속 도랑으로 굴려 보냈다. 연신 실수를 저지르며 스페어 처리도 하지 못했고 결국 110점이라는 미미한 점수를 받고 말았다. 옆팀 여직원보다 2점이나 낮은 점수였다


  결국 우리 팀은 예선 통과 1위였으나 결선 4위로 입상을 못하였다. 3위 팀에 30점 차이로 져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예선 점수 수준만 기록했어도 1위는 어려워도 3위는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나고 나서 그나마 인생의 게임이 아니라 그저 볼링 게임이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의고사에서 아무리 1등 해봐야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물론 모의고사에서 점수가 높을수록 수능에서도 점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게임의 비중에 따라 힘 조절이 중요한 법인데 수상이라는 욕심에 눈이 멀어 처음부터 힘 조절에 실패했다.

  예선이 아니라 결선에 힘을 쏟아붓는 전략을 썼어야 한다는 사실을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생각해 보았다.


  기본기도 중요했었다. 내가 결선을 다툰 팀들은 모두 볼링 모임이었다. 우리 팀만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나온 팀이었다. 나 역시 볼링 모임에 나가다가 일이 바빠서 1년 만에 다시 치게 된 볼링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버틸 수 있었지만 나중에 2게임이 지나고 나니 밑천이 모두 바닥나 버렸다. 기본기를 꾸준히 닦아야 본 게임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전략과 기본기. 볼링 게임이 아니라 인생의 게임에서도 2가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안 그러면 결선에서 제 실력 발휘를 못하고 후회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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