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19. 2020

내가 바라는 아빠는

[아들의 기도, 아빠의 반성]

나는 아빠가 돈이 많은 것도, 똑똑한 것도, 힘이 센 것도, 유명한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 가족이 세 끼를 굶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위해서 가족을 희생하고 자신을 갈아 넣는 아빠는 원하지 않아요.

돈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약간의 똑똑함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너무 뛰어나서 "너는 이것도 모르니?"라고 화를 내는 아빠는 바라지 않아요.

제가 빵점을 받아와도 "이런 돌대가리야!"라고 말하지 않고

"너는 앞으로 발전할 길이 많이 남았구나!"

"네가 몇 점을 맞든 너는 아빠에게 소중한 사람이란다."

이렇게 말해주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힘이 세더라도 우리를 때리는데 힘을 쓰는 아빠는 안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힘은 우리를 때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아빠의 손에 매가 아닌 사랑이 담겨 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유명해져서 바쁜 사람이 되는 건 바라지 않아요.

아빠의 회식이 많아서 '모일 회'라는 한자를 제일 먼저 알았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이 회식이라면서요.

나는 아빠가 조금 덜 유명해서 회식 대신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는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바라는 아빠는 그저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내가 게임을 할 때 옆에서 같이 게임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들으며 함께 걷고

나에게 고민이 있을 때 잘 들어주는 아빠,

저에게 그런 아빠가 되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예선과 결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