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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0. 2020

2천 년 전 감사일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할아버지로부터는 온화함과 부드러움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겸손함이 가득한 분이었으며, 남자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신을 공손히 받들어 모시는 경건한 모습과 자신의 재산을 남들에게 베풀며, 검소한 삶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아우는 아주 좋은 성품을 지니고 있어 그를 통해 나 자신이 더 조심히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해 주었으며, 늘 나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어 나를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자녀를 잃었음에도, 오랜 병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며, 철학적인 어려운 내용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쉽게 가르쳐주셨음에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친구로부터는 다른 이가 근거 없이 비판하더라도 그 사람이 평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하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내 몸이 잘 버텨주었으며, 어머님이 임종하시기 직전까지 함께 하였으며, 좋은 가족과 친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모두 신의 은총입니다.  


  위에 나오는 내용은 [명상록] 1권에 나오는 내용을 내 나름대로 각색해 요약해 보았다. 주변 사람에 대해서 좋은 점들을 나열하며 그들에게 감사하고 자신의 덕이 아닌 신의 도움 덕분이라는 일기를 적었다. 이 책의 저자는 로마의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모든 권력과 부를 누렸던 로마의 황제가 2천 년 전에 썼던 감사일기인 셈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황제라는 자리에서 모든 일에 감사를 할 줄 알았다니 그는 철학을 보여준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약간의 지위만 갖게 되더라도 우쭐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인데 그 시대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높은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겸손함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그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황제의 글과 나의 생각 몇 마디를 적어보다.


p.166 제8권 47

  어떤 외적인 일로 네가 고통을 받는다면, 네게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외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너 자신의 판단 때문이기 때문에, 너는 즉시 그 판단을 멈춤으로써 고통을 없앨 수 있다. 너 자신의 생각이 네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것이 원인이라면, 너는 얼마든지 그 생각을 바꿀 수 있고,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내가 느끼는 고통은 외부적인 사건에 대한 나의 인식일 뿐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판단이 바뀌게 되는 것일 뿐. 내 생각이 맞는지 끊임없이 떠올려보자.


p.46 제2권 7

  너는 왜 너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냐? 그럴 시간이 있으면 네게 유익이 되는 좋은 것들을 더 배우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고, 아무런 유익도 없는 일들에 쓸데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멈춰라.


  비평과 비난, 불만의 화살은 항상 타인을 향해 쏘지만 결국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그 비판을 말하는 것은 나의 입이요. 그 비판을 듣는 것은 나의 귀이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에게 “당신은 미쳤어”라고 수십 번 이야기해야 바뀌지 않는다. 그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자신도 바뀌기 쉽지 않은데 타인이 바뀌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과연 내게 주어진 시간에 내 삶을 어떻게 좋게 쓸 것인가? 그 질문만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한다. 남을 비난할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자.


p.46 제2권 8

  다른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의 움직임들을 주의 깊게 잘 살피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지게 된다.


  마음이란 놈은 시시각각으로 움직인다. 금세 좋아지기도 하고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과연 이 마음이란 녀석은 파충류의 뇌를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영장류의 뇌를 따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감정이 포유류의 저차원의 뇌에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영장류의 고차원의 뇌로 수시로 지켜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준 낮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될 테니.


p.50 제2권 14

  설령 네가 삼천 년, 아니 삼만 년을 살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나가는 것은 오직 지금 살고 있는 삶일 뿐이다.


  사람들은 마치 자기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내일 당장 심장마비로 죽을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죽을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을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오직 누릴 수 있는 삶은 지금 현재의 순간뿐이다. 그 숱한 순간들이 모여 현재를 이루고 지나간 순간은 과거에 다가올 순간은 미래에 살고 있다.

  마음을 현재에 집중시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을 사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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