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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Dec 27. 2020

돈이 뭐길래

부자의 기준

 얼마 전 금감원에서 가계금융 복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에게 중산층을 물어보면 서울 집값이 평균 10억 원을 넘었으니 최소 10억 정도는 있어야 중산층이 아니냐고 대답한다.  

금감원 보도 요약

  하지만 현실과 달리 우리나라 가구의 60%는 3억 원 미만이다. 즉 자기가 가진 재산에서 빚을 뺀 금액이 3억 원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럼 평균이 아니라 정확하게 우리나라의 중간에 위치하는 가구는 얼마일까?

금감원 보도자료

  그 값은 중앙값을 보면 알 수 있다. 작년 2억 원에서 올해 2억 2백만 원으로 2백만 원 늘어났단다. 그러니 우리 가구가 2억 2백만 원을 순자산으로 가지고 있다면 정확하게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너무 작다고 느끼지만 통계적으로는 그렇다. 10억 원 이상은 상위 7.2%에 해당하는 굉장히 높은 값이다. 

  순자산 통계를 보니 상위 8~10억 원 구간과 부채가 많은 구간은 늘고 0~4억 원에 해당하는 구간은 줄어든 게 보였다. 즉 부자와 빈자가 늘고 중산층이 줄었다는 이야기였다. 정신을 안 차리고 있다면 분명 위든 아래든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문득 몇 년 전 부자 형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그 형님도 대략 수십억이 넘는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하면 그 차이가 너무 컸다.

  부자 형님은 각종 투자에 능했기 때문에 사실 집에 깔고 있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매월 월세만 수백만 원이 들어가더라도 집은 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 재산의 10%가 넘는 돈을 털어서 집을 샀다고 했다. 그 당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에 있어서 주위에서는 다들 만류했단다. 실제로 사고 나서 몇 억이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형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물론 지금 와서는 원금 이상으로 올랐다)

  "아이가 없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 이 집 저 집 돌아다니지 않고 그냥 내 집에 계속 있고 싶더라. 아마 내가 이 돈을 투자했으면 일 년에 몇 억 정도씩 더 벌어들일 거야.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고."


  형님이 나에게 해준 조언은 일단 "1억 원을 모아라"였다. 

  "형님, 제 연봉이 1억이 안되는데 어떻게 1억을 모으나요? 생활비도 쓰고 이것저것 나가는데."

  "그럼 천만 원이라도 모아봐."

  "1년에 천만 원은 겨우 모을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안되면 일단 백만 원이라도 모아라. 아니 십만 원이라도. 사람들은 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는 1억 이하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1억의 수익률 3%라고 해봐야 3백만 원이잖아. 그래 1~2% 이자 차이 중요하지. 그런데 밥 값 얼마나 나가니? 한 끼에 4~5만 원 나가지? 그걸 원금으로 환산하면 얼마쯤 될 거 같아?

  1% 이자율로 계산하면 100배야 그러니까 4~5백만 원을 은행에 넣어놓으면 1% 예금의 이자가 4~5만 원 나오는 셈이지. 그것도 월이 아니라 연간으로. 그러니까 초기에는 절약이 먼저일 수밖에 없어. 그다음에 수익률을 논해야지.


  그리고 잃지 않는 게 중요해. 잃으면 처음부터 다시 가야 하지. 그래서 손절매라는 것이 중요하지. 때로는 장기투자가 필요할 때도 있어. 그걸 알려면 안목이 있어야 하고 안목이 있으려면 공부를 해야 하지. 주위 사람들이 주는 정보가 너에게 제일 마지막에 온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건 끝물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 내가 돈을 들이지 않고 오는 정보는 생각보다 가치가 없어. 나는 투자하기 전에 직접 회사도 가보고, 퇴직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경쟁사도 알아봐. 그렇게 여러 가지를 보고 그다음에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 종목의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에 들어가지. 내가 움직이면 돈을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해당 종목 즉 시장을 흔드니까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야 해.


 그런데 투자하기에 앞서 그 정도 생각은 해봤니? 그냥 주위에서 좋다니깐 해보자? 이거 아니야? 그러면 언제 팔아야 할지 시점을 몰라. 그 사람이 팔아라 라고 이야기를 해 주든. 그리고 그 사람이 신이 아니잖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한 그 사람이 이야기를 해줄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지. 그러니 그대가 직접 공부를 해서 감각을 찾아야 해.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그게 길이란다."



  부자가 되기를 조급히 생각하기보다 소득의 원천인 몸값을 높이고 투자 원금부터 모은 다음에 투자 성과를 생각해봐야겠다. 수익률이나 투자 방법을 논할 시기는 아직 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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