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13. 2023

최종 결재권자

인간관계의 비밀

  내가 만나는 인간관계의 90%는 유부남이자 아저씨다. 그들에게 시간 결정권이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 최종 결정권은 아내에게 있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와의 만남에 있어서 돋보일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하나의 전략을 정했다. 상대가 아니라 상대방의 배우자나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물한 것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 인쇄된 그림 엽서나 고급스런 쿠키 같은 것들이었다. 비싸지는 않더라도 집에 가지고 들어갔을 때 나름 신경을 썼다고 생각할만한 것들을 대화에서 항상 메모해놓았다가 다음번 만날 때 준비를 했었다.


  물론, 그런 선물로는 남자의 관심을 끌수는 없었다. 남자들은 귀찮게 왜 이런걸 주냐고 하지만 마지못해 집에 들고갔다. 상대방에게 듣는 말은 그저 '이 녀석, 그래도 예의는 있네' 이 정도 뿐이었다. 선물의 약효는 만나고 나서가 아니라 한참이 지나 다음번에 만날 때 나타났다.


  몇년 만에 연락한 형님과 함께 저녁 자리를 마련했었다. "너 만나러 간다니까, 와이프가 바로 가라더라. 참 신기하더라." 형님은 몰랐을거다. 내가 선물한 이유가 형님이 아니라 아내나 자녀에게 효과가 있기를 바란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거래든 그 거래의 최종 결재권자에게 잘 보여야 한다. 거래 당사자가 단지 중개자일뿐이라면 그에게 잘 보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최후의 보루인지 최종 결재권자인지 그 사람을 잘 골라서 타겟팅해야 의미는 거래가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