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망상이 섞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최근 들어 비슷한 주제로 3가지를 보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 닐 도날드 월시의 "신과 나눈 이야기" 그리고 오늘 본 영화 "소울"까지 모두 영혼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111번의 환생을 그린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 647번의 전생과 마음속 신과 나눈 이야기를 쓴 "신과 나눈 이야기", 그리고 영혼의 여정과 육체와 영혼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를 한 영화 "소울"까지 영혼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어느덧 99편의 영화를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100번째 영화는 무엇이 될까?
영화의 줄거리는 재즈를 좋아하는 한 남자가 소원이 이뤄지려는 날 갑자기 죽게 되면서 다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태어나길 거부하는 22번 영혼과 겪는 이야기다.
영혼이 지구로 떠나기 전에 각기 다른 성격을 부여받는다. 영혼이 지구로 떠나는 통행증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불꽃(열정)을 찾아야 한다. 22번 영혼은 벌써 1,000억 개의 영혼이 이미 지구를 향해 떠났음에도 지구로 떠나기를 거부한다. 마더 테레사, 무하마드 알리, 링컨 등등 유명한 과학자, 철학자가 22번 영혼의 멘토를 자처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22번 영혼은 잠시 이 남자의 몸을 빌어 생의 소중함을 깨닫고 통행증을 완성하여 지구로 떠나게 된다.
영화 초반에 “머나먼 세상”이라는 하얀 점으로 사후의 모든 영혼들이 빨려 들어간다. 사후 세계를 다루거나 환생에 대해 경험한 이야기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죽고 나면 따뜻하고 거대한 하얀빛 덩어리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주인공 역시 “머나먼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다 다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영혼이 가던 길의 옆길로 떨어져 지구로 태어나는 영혼의 장에 떨어져 새로 태어나는 영혼의 멘토가 된다.
“기억”, “신과 나눈 이야기”, “소울” 까지 공통적인 느낌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영혼이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세상에 다시 온다는 점이다.
영혼이 누군가를 다스리고 싶어서,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살고 싶어서, 열등한 사람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런 거창한 의미뿐만 아니라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거나 뺨에 스치는 찬 바람을 느끼는 그런 사소한 것을 얻기 위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보는 특이한 삶들, 이미 와 본 장소처럼 느껴지는 기시감, 배우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는 집단 지식들은 이미 영혼이 알고 태어나는 것들은 아닌지라는 생각도 해본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헤르만 헤세
하루하루 바삐 사는 세상, 고달프고 힘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꼭 무언가 이루고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떨어지는 낙엽에서 가을을 느끼기 위해 영혼이 이 세상에 왔는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잠시 삶의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이 아닐까? 위대하고 의미 있는 삶뿐만 아니라 순간순간의 즐거움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느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영혼과 생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