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토정비결
책장에 빨간 책이 하나 보인다.
한참 시간이 지난 2014년 책력이다. 매년 아버지가 책력을 사서 운세를 봐주셨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조견표를 찾을 수 있어 책력을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봐주신다.
예전에는 이렇게 조견표를 일일이 찾아서 운세를 찾아보았다. 자신의 음력 생일에 해당하는 년월일을 찾는다. 음력 생일은 양력생일을 음력변환기로 찾을 수 있다.
태어난 해에 해당하는 상괘, 태어난 월에 해당하는 중괘, 태어난 일에 해당하는 하괘 이렇게 3개를 맞춰서 페이지를 찾는다.
예를 들어 상괘가 5, 중괘가 4, 하괘가 3이라면 543을 찾으면 된다.
40년이 넘은 토정비결 책자에서 해당 페이지를 찾는다.
신수가 불리하니 질병을 조심하라
앞 길에 험함이 있으니 선을 취하고 악을 멀리하라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뿐이다. 똑같은 생일이라고 해서 똑같은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닌데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들이 책에 적힌 대로 자신의 생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지.
책력 뒷부분을 보다가 궁합 때문에 한참 어머니와 싸웠던 생각이 났다.
나의 생년으로는 오행 중 화에 해당하기에
나무에 해당하는 생년을 만나야 하고 물을 만나면 상극이란다
특히나 상극은 피해야 한다면 띠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셨다.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띠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었던 기억이 났다.
궁합이 좋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왜 그리 따지셨을까?
정작 아버지와 어머니 띠를 찾아보니 길도 아니고 흉도 아닌 무해 무익이란다. 좋은 궁합을 찾지 못해서 어머니는 아쉬움이 있으셨던 걸까?
제왕절개로 생년월일조차 조절하는 시대에 사주가 어떤 의미가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