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16. 2021

아빠의 배는 쓰레기통?

[먹어 치우다]-먹을 것을 다 먹어서 없애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반찬이 애매하게 남았었다. 반찬통에 담아서 덜기에는 너무 적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양이다.

  밥 한 숟가락에 반찬을 모조리 쓸어 담아 먹었다. 그렇게 빈 접시를 보며 뿌듯해하고 있을 때 아이가 물었다.

  “아빠 배부른 거 아니었어?”

  “응 배가 좀 부른긴한데 반찬이 아까워서 먹어 치웠어.”

  아이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아빠가 그랬잖아. 음식은 먹는 것이지 먹어 치우는 게 아니라고.”

  그랬다. 나는 아이에게 음식은 맛있게 먹는 것이지 흡입하듯 치우듯이 먹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아빠 배가 쓰레기통도 아닌데 왜 남은 음식을 거기로 치워?”

  그래. 먹어 치우지 말고. 배부르면 이제 그만 먹자. 조금 남아서 버리는 걸 아까워하지 말자고.


  그런데 어쩌지? 아빠는 재료를 길렀던 농부의 마음과 이 쓰레기를 버려서 오염이 될 지구를 보면 안타까운데. 아빠는 그렇게 말과 행동이 다른 미련한 사람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년 운세 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