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기부
한 달에 3만 원씩 하는 소액 기부를 다시 시작했다. 3만 원이면 내 월급의 1% 언저리다. 대략적인 노동시간으로 따져보니 1시간이 조금 넘는다. 한 달에 한 시간의 임금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쓰는 셈이다. 물론 기부를 받는 곳이 썩 미덥지는 않다. 후원보다 종교를 더 앞세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다만 이런저런 핑계로 타인에 대해 조금의 기여조차 하지 않는 나를 반성하고자 적은 액수라도 기부해 보기로 하였다. 얼마나 유지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기부단체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 못해서일지 아니면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 조만간 그만둬야 할지 살짝 고민은 된다. 하지만 하루 천 원, 한 달에 3만 원인데 그 금액 때문에 나의 경제 상황이 힘들어지지는 않을 듯하다.
각 나라 화폐별로 전 세계 수입 순위를 알아볼 수 있다. South Korea를 선택하고 자신의 연봉을 원화로 입력한 뒤 가족의 구성원수를 성인과 아동으로 나누어서 입력하면 전 세계에서 자신의 순위가 몇 번째인지 알 수 있다.
성인 2명에 아이 2명이 있는 가족이 1년에 3천만 원을 번다면 전 세계에서 상위 16%에 속하는 셈이다. 전 세계 중간값보다 4.6배 더 수입이 높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나는 비교적 잘 사는 편이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나의 눈에는 연봉 1억이 넘는 고액 연봉자만 보인다. 과연 그들이 타인을 위해 얼마나 기부를 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하지 않는다고 나까지 기부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타인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어른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부모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이 난다.
"남의 입에 넣어주는 재산이 진짜 너의 재산이다."
과거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수중에 돈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타인을 위해 기여하는 재산이 결국 자신의 영혼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란 뜻이지 않을까 어렴풋이 깨닫는 중이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만큼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돈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꾸만 움켜쥐려고 애쓰는 나에게 한 번이라도 남을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