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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l 21. 2022

철학자, 비난을 독점으로 갚다.

철학자가 부자가 되는 길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묻는 대로 답해 주었다.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그는 계산기도 없이 높이를 계산하기도 하고 해와 달이 사라지는 일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철학자는 부자가 되기 위해 근심과 고민거리를 잔뜩 안고 가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철학자는 어느 날 하늘을 보고 지나다 발밑의 작은 웅덩이에 빠져 넘어지고 만다. 지나가던 하인이 아무리 만물의 이치를 통달했어도 고작 자기 발 앞의 웅덩이 하나 피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철학자를 비난했다. 또 다른 사람은 철학자가 돈을 가질 수 없기에 그렇게 부자에 대해 힐난한다며 포도가 신맛이라 먹을 수 없다고 한 여우와 무엇이 다르냐고 비난했다.


  철학자는 자신이 부자가 되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철학자는 천문 현상을 관측하다가 내년에 올리브가 풍년이 들 것을 예측했다. 추운 겨울, 철학자는 시장 안에 있는 올리브 짜는 기계를 찾아 모두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올리브 수확철이 아니고 찾는 사람도 없었기에 철학자는 값싸게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는 기계 주인이 계약을 바꾸지 못하도록 미리 보증금까지 지급하였다.


  그다음 해 올리브는 철학자의 예측대로 풍년이 들었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올리브 짜는 기계를 찾았다. 하지만 기계마다 이미 임대가 되었다고 하여 사람들은 기름을 짤 수 없었다. 수확한 올리브를 제때 짜지 않으면 모두 상할 수밖에 없기에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사람들은 올리브 짜는 기계를 모조리 임대한 철학자를 찾아갔다. 철학자는 사람들에게 비싼 값으로 기계를 다시 빌려 주었다. 그렇게 철학자는 싸게 임대한 기름 짜는 기계를 비싸게 다시 임대하여 큰돈을 모으게 된다.

  

  그렇게 철학자는 단 1년의 장사로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철학자는 원래 기름 짜는 기계를 빌려준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부를 모았다.



  이 철학자의 이름음 그리스 철학자인 탈레스다.

위키 백과에서

코스모스 p.349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탈레스는 그의 가난 때문에 세인의 비아냥을 받았다. 그의 가난이 철학의 무용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천상의 비밀을 해석해 내는 출중한) 능력과 기술을 이용하여, 겨울철에 그다음 해의 올리브가 대풍일 것을 미리 알았다고 한다. 밑천이 두둑하지 않던 그는 자기가 갖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돈을 들여 키오스와 밀레투스에 있는 올리브 기름틀의 사용권을 모두 예약해 두었다. 아직 올리브의 수확철이 아니어서 기름틀을 사용하겠다고 그와 경합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그는 매우 싼 값으로 모든 기름틀의 사용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확기가 다가오자 기름틀을 찾는 이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한마디로 기름틀의 사용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 탈레스는 기름틀의 사용료를 멋대로 올려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리하여 철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관심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것에 있다는 점도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쳐 줬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철학을 너무 좁게만 보고 있을지 모른다. 과거의 철학자들은 수학, 과학, 논리, 천문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이었는데 지금은 그중의 한 부분만을 철학이라 부르는 건 아닐까? 세상을 단편적으로 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탈레스는 자신의 종합적인 인식이 부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철학의 강한 힘을 보여줬다. 지식이 곧 힘이라는 사실을 돈으로 보여준 철학자. 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왜 공부가 필요한지를 몸소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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