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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24. 2023

Alex 당신이 부러워요

필리핀 선생님의 소원

  주말이면 필리핀 영어회화 선생님과 스카이프로 마주한다. 5년을 넘게 수업을 하다 보니 가끔은 수업이 아닌 인생상담이 될 때도 있다.

https://brunch.co.kr/@hermite236/1220

  나보다 두 살 어린 선생님은 아이가 셋이다. 남자아이만 셋인데 남편까지 철이 없다며 아들 넷을 키우는 느낌이란다. 딸이 없어서인지 내가 아닌 우리 딸과 영어 수업을 할 때는 선생님은 더없이 친절해 보인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이 나를 보며 부럽다며 이야기를 하셨다. 당신에게는 집도 있고 해외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 특히 딸이 있지 않냐며 나에게는 너무 부러운 점이 많다고 했다.


  나는 선생님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선생님의 답은 나의 집을 한 채 갖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란다. 봐둔 집이 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8천만 원쯤 한단다. 남편에게 대출이라도 내서 사자고 하는데 빚을 내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아서 그냥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란다.


  그렇게 선생님은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자녀들을 잘 키우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셨다. 그때부터 수업을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수업을 하셨다. 새벽 4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거의 하루 10시간 이상을 매일 같이 수업을 진행했다. 때로는 새벽에 일어나 배고픈 허기를 바나나로 달래 가며 수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2백만 원 수준이었다. 필리핀에서 그 정도면 많은 금액이란다. 평균 월급이 2~30만 원도 되지 않는단다.


  문득 은행이 절반쯤 소유권을 갖고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꿈이라는 사실을 나는 잊고 사는 게 아닐까?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보다 더 적게 가진 사람을 보며 자신이 자만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라는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지옥은 타인과의 비교에 있다는 어느 경구에서처럼 자꾸만 남과 비교하려는 나를 필리핀 선생님을 보며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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