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레이첼 조이스
출판사 [밝은세상]에서 지원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임을 밝힙니다
어릴 적 우리 집에 전축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골동품 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전축은 둥그런 LP판을 틀어주었다. 오래된 LP판이 내는 특유의 튀는 소리가 그때는 못내 듣기 거북했는데 이제는 그 소리가 오래된 추억처럼 그립다.
아버지가 어린 시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들려주시던 평화로운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처음에 느린 박자로 시작해 조금씩 빨라지는 느낌 덕분에 마치 우리 집이 중세 시대 연회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LP판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프랭크는 LP판을 파는 음반가게 주인이다. 오래된 상가에서 묵묵히 과거의 추억을 파는 프랭크. 사람들이 이제는 더 이상 LP판을 찾지 않으며 모두 CD로 듣는다고 해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누군가는 LP판의 추억을 기억해 줄 것이라며
프랭크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어려움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며 지친 사람들의 영혼에 음악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
이번 책은 내용보다도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각 장마다 음악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뒷 배경으로 설정된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읽다보니 마치 프랭크의 음악 가게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이 많았는지 이미 유튜브에 소설 수록된 곡이 올라와 있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VLppBq0TofoCeA7YHFRRP9FDl0XXj0KY
[본문 중]
p.153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고 싶으면 당연히 방식을 바꾸어야 하잖아요. 자기 자신이 변해야 상대도 변하고 그래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니까
p.194
음악은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절대로 깊은 맛을 알아낼 수 없어요
p.223
우리의 생이 고통과 슬픔의 연속일지라도 즐거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천국이 가까워지는 거야
책을 덮다가 가수 한 명이 떠올랐다. 소울의 대부라 불리는 레이 찰스였다. 그의 전기를 다룬 영화 [레이]에서 Hit the Road Jack을 듣고 그 멜로디가 계속 마음에 남아 한참을 들었다.
노래에서 떠나라는 여자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남자의 대화가 밀당처럼 이어진다. 내게는 가사보다도 특유의 신나는 멜로디가 좋아서 반복해서 들었다.
소설 속 프랭크가 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뿌리와 정서가 같은 음악이지만 좋아하는 장르나 가수가 아니면 평생 접할 기회를 놓친다(p.42-43) 가끔은 영혼의 위로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곡뿐만 아니라 타인이 추천해 준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