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내력
#1
가끔씩 어머니는 내게 꿈자리가 사납다며 특별히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어느 집이든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하지만 이모들은 그렇지 않았다. 몇 해 전 어머니는 작은 이모에게 꿈에서 교통사고를 보았다며 조심하라고 걱정스레 전화를 하셨단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모는 그날 교통사고가 있고 병원에 입원하게 죄었다. 그 사건이 있은 뒤로 이모들에게 있어 어머니의 말은 절대적인 예언이 되었다.
#2
아버지는 주역과 만세력을 보실 줄 아셔서 주변 친척들의 이삿날과 방향을 정해주 시기도 하고, 혼인할 사람들의 궁합을 봐주기도 하셨다. 새해 첫날에는 만세력으로 운수를 봐주시기도 하셨다.
#3
동생은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타로점으로 운세를 봐주었다. 술을 파는 일일주점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수입을 올렸다. 때로는 버스에서 내려서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똑같은 꿈을 세 번씩 꾸기도 해서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며 미래가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4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관상에 관심이 많아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을 조금이나마 맞출 수 있었다. 신년 운세를 보러 갔다가 나에게 법사 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해전 큰아버지가 절에 들어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법사 사주라는 그 말을 그저 흘려듣기에는 가볍지 않아 보였다.
미래를 보는 능력을 조금은 물려받았지만 로또 당첨 번호를 보는 수준의 신통력은 아닌가 보다. 자꾸만 자신의 미래 운명을 점치려 하지 말고 지금 현재 주어진 상황을 노력으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힘겨운 현실을 자꾸 운세 탓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자신을 잠시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