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낙서장
21년에는 거의 그림을 그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깐 여유 시간에 그렸던 그림을 찾았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밖에 나가기 싫은 날, 한 장씩 넘겨보며 과거를 회상하다.
사람 그리기에 도전했었다. 링컨을 그렸으나 원숭이가 그려졌다. 아직 나에게 사람을 그린다는 건 불가능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타이 마사지 광고를 그렸는데 외계인처럼 그려졌다. 사람에게 비례가 중요한 법인데 비례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커피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간판, 여기서는 커피 한 잔을 못해보다.
달달한 커피집, 이름이 재밌어서 그려보다.
음악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기타 정도는 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팀장의 탄생이란 책에 나오는 삽화다. 사람들은 팀장이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마치 새가 물어다 주듯이. 아마 다른 나라에서는 아이를 새가 물어다 준다고 하기에 이렇게 표현한 거 같다. 하지만 팀장은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수많은 피드백, 숱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렵게 만들어진다.
이번엔 종이컵. 종이컵에 그려진 광고를 그리다.
테디베어를 그리다가 질감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만두다.
또 커피. 커피집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그려보다. 밑에 그려진 스벅은 그리다가 포기.
밥집도 가끔씩 그린다. 혼밥을 하는 날엔 항상 노트와 함께 한다. 혼자 밥 먹는 시간이 내겐 자유로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어쩌면 조금 창의로운 시간이다. 꼬치와 덮밥에 맥주 한 잔이 어울리는 곳인데 그날은 홀로 덮밥 한 그릇을 먹고 나오다.
아들과 예전에 갔던 용산 전쟁기념관. 마스크를 썼던 걸 보니 최근에 갔었나 보다.
시간을 훌쩍 넘어 목은선생을 기리는 사당을 그려보다 또 중단. 몇 달 만의 작업이라 그랬을까?
올해 마지막 그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중에 그림이 재미나 보여서 그려보다. 역시나 사람 얼굴은 어렵다.
올해 그린 그림을 세어보니 열 장 남짓이다. 한 장도 못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내년에도 추억의 순간에 그림 한 장은 남길 수 있는 여유는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