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사장님 그리고 알바
동네 시장에 자주 가는 정육점이 하나 있다. 친절하고 고기가 신선하기에 시장 안에 있는 다섯 개 정육점 중에 유난히 이 점포에만 사람이 많았다. 보통 한 두 명은 기본에 다섯 명이 넘게 기다리는 적도 있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해 수육용 고기를 사려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삼겹살을 사고 계신 할머니 다음이 우리 차례였다. 언뜻 보기에도 2kg은 족히 되어 보였다. 사장님은 나에게 혹시 기성품을 사실 거면 바로 계산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가 살 고기는 이미 잘라놓은 상품이 없어서 다음을 기다리고 하였다.
사장님은 할머니가 사신 삼겹살을 일일이 잘라서 손질해 주고 계셨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갈 텐데 서비스 차원에서 해주고 계셨다. 할머니는 사장님에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데 아르바이트라도 고용하지 그랬냐고 물으셨다. 사장님은 한숨 섞인 어투로 "속이 많이 상해서 저 그냥 혼자 할까 봐요."라며 고개를 저으셨다.
얼마 전 채용한 아르바이트의 이야기였다. 채용 첫날부터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투잡을 뛴다며 생계 차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첫날부터 아르바이트는 가불을 요청했다. 반나절 일당 7만 원을 계산해서 먼저 손에 쥐어 줬다. 그런데 다음날이 생일이라 친구들이 미리 밥을 사준다 하여 못 나오겠다고 하였다. 사장님은 손도 익지 않고 아직은 평일이니 잘 놀다 오라고 하였다. 다음날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도저히 출근이 어렵다며 또 연락이 왔다. 사장님은 그래도 금요일이니 혼자서 해보겠다며, 내일부터는 주말이니 꼭 나와달라고 하였다. 토요일 아침 아르바이트의 전화가 뜨는 순간 사장님은 이 아르바이트생은 못 나오겠다 싶었다. 날씨가 추워서 나오기 어려울 거 같다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가 왔다. 참다못한 사장님은 "그냥 나오지 마시고 푹 쉬어요. 이렇게 근무 조건을 못 맞춘다면 같이 하기 어려울 거 같네요." 라며 아르바이트생과의 고용 관계를 끝냈다.
할머니는 월급이 적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다. "월급으로 따지면 대략 400만 원 정도 됩니다. 적은 금액은 아니죠. 아르바이트생이 그러더군요. 그 친구 이야기로는 사장님 가게는 너무 장사가 잘 돼서 힘들다고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손님을 놓치더라도 그냥 저 혼자 할까 싶습니다."
손님을 놓치는 것도 괴로웠지만 사장님 입장에선 아르바이트생을 관리하는 건 더 어렵지 않나 싶었다.
돈에 대한 절실함에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의 차이는 아닐까? 투잡을 뛴다는 그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도 어쩌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신용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과연 본업은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사장님의 한숨 속에서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라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더 중요한 신용을 지키는 사람은 오히려 경쟁력을 지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