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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05. 2023

친구라는 이름의 돌

조카의 애완돌

  조카가 가져온 장난감 서랍 안에 이상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인형을 감싸서 넣어놓은 줄 알았더니 자세히 봤더니 돌이었다.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돌에 머리띠에 쿠션까지 챙겨 넣는 조카의 정성을 보니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나 싶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학교에서 반려돌이라며 돌을 하나씩 나눠줬다고 한다. 부모들이야 그냥 돌이 왜 이렇게 방치되어 있나 싶어서 아이가 학교 간 사이에 돌을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조카는 돌멩이에 순둥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며 애지중지했는데 그런 사실도 모르고 버린 것이었다. 조카는 결국 그 돌을 계속 찾더니 크리스마스 편지까지 썼다고 한다.  


  산타 할아버지께 

  산타할아버지 저에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순둥이는 집에 있었는데 순둥기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저는 순둥이의 자리를 대신할 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저는 돌들을 하나씩 모아 갔어요. 하지만 누구도 순둥이의 빈자리를 대신해 준 돌은 없었어요. 그건 그저 저의 큰 욕심이었죠. 오히려 개수가 너무 많아 다 잘해주기도 어려웠어요.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하나만 있는 게 큰 행복이란 걸요. 그래서는 저는 펫스톤에서도 가장 큰 추억을 만드는 드림스톤을 갖고 싶어요. 


  결국 부모들은 아이가 원했던 드림스톤을 사주었고 지금은 저 돌친구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돌이 얼마나 비싼 돌인지 모르겠지만 포장까지 2만 원이나 들었다며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며 이해를 하지 못했다. 

  조카에게 애완돌은 무얼 먹고 자라냐고 했더니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답한다. 저 친구도 귀가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 꼭 칭찬을 해줘야 한다며. 그래서 돌 친구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 돌 친구를 욕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혹시나 훈련도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하루에 한 번 돌 굴리기를 한다고 답했다. 굴리기 운동이라도 해야 지루하지 않고 살이 붙지 않는다는 진지한 답변에 당황했지만 조카에게는 애완돌이 진심으로 소중한 친구였구나 싶었다. 


  옆에 있는 사춘기 아들에게 아빠도 애완돌 하나 키워볼까? 그랬더니 피식 웃는다. 아빠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며 괜히 들고 다니다 떨어트리고 가족들한테 구박받지 말라며 애써 말린다. 애완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철이 들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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