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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07. 2023

유치원 아이에게 쓰는 편지

10년 전의 너희에게

  내 브런치에 자주 유입되는 검색어 중 하나가 바로 "유치원 아이에게 쓰는 편지"이다. 막상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글을 적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에 대한 진솔하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적으면 되겠지만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아빠, 엄마들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대충 적어서 낼 수도 없기에 이렇게 검색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나보다 더 키가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 아이들을 생각해 보며 10년 전 아이를 위한 편지를 적어본다.


10년 뒤의 너를 떠올리며


지금은 아빠와 놀아달라는 모습이 귀찮겠지만 10년 뒤에는 아빠가 놀아달라고 해도 외면하는 네가 되어있겠지. 너희가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이랑 놀기 전에 아빠가 잘 놀아주도록 할게.


지금 아빠의 사진첩은 너의 사진들로 가득하지만 10년 뒤에는 너의 사진보다 꽃이나 나무 사진이 더 많겠지. 지금과 같이 예쁜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자주 찍도록 할게.


너와 여행을 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란다. 쌓야할 짐도 많고, 걱정해야 할 일도 많고, 미리 알아보야 할 일들도 참 많지. 하지만 10년 뒤 친구들과 놀러 가겠다며 아빠, 엄마가 놀러 가자는 말에 모른 척하기 전까지 열심히 놀러 가도록 할게.


너의 예쁜 모습과 귀여운 행동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착각으로 아빠는 살고 있단다. 10년 뒤 나보다 더 키가 크고 몸무게가 훨씬 더 나갈 너의 모습이 상상이 안되지만 그런 현실을 조만간 마주해야 하겠지. 지금의 모습을 잊기 전에 아빠의 기억 속에 꼭꼭 넣어둘게.


작은 동전 하나에도 기뻐하는 너를 보며 과자를 사주는 작은 행복을 지금 느끼고 있을게. 10년 뒤에는 지폐를 쥐어줘도 심드렁하고 과자 따윈 눈에도 안 들어하는 너를 봐야 할 것이야. 그때까지 맛있는 간식 많이 사주도록 할게.


10년 뒤에는 너에게 정말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 모를 만큼 기억이 나지 않을 거야.

지나가는 하루하루, 사라지는 순간순간, 너를 사랑하고 기억하며 살아갈게.

나의 소중한 아이야, 내게 있어 너란 존재는 아빠 인생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란다.

나중에는 공부 때문에 너와 머리를 싸매고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게.

사랑한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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