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명과 암
돈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재산 수십 억 원에서 수백 억 원, 우리나라 기준으로 재산기준 1% 상위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1
전문 자격사로 매년 몇 억 원을 벌었다. 올해는 주식투자까지 잘 돼서 여유자금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표정 뒤에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였다. 술 한잔이 들어가더니 이해가 되었다. 자녀가 스물이 넘어 군대에 갔는데 정신적인 사항으로 의가사 제대를 하고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었다. 본인은 잘 나가고 있지만 아들 생각만 하면 가슴이 꽉 막혔다.
#2
강남에 빌딩을 몇 채나 가진 어르신이었다. 남 부럽지 않게 지내겠나 싶었는데 그 역시 고민이 있었다. 자녀 세대에서는 몰랐는데 손자 세대에 유전병이 발현되어 스무 살을 넘기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열심히 찾아봤지만 유전병에 대한 약은 찾을 수 없었다.
#3
본인은 회사 대표로, 배우자는 고위 공직자로 돈과 명예를 누리던 아는 형님이 있었다. 특별히 아쉬울 게 없을 만큼 정말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형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사인도 원인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황망하게 떠나 가족들 모두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삶의 고민은 항상 있고 고민이 빠진 자리에 다른 고민이 채워지는 게 아닐까?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날이란 과연 존재할까? 돈이 많아지면 삶의 문제들의 난이도가 쉬워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웃음 뒤에 수많은 슬픔들이 서려있음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