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사랑, 가족
몇 해 전에 사무실 옆 화랑에서 이중섭 전시회를 했었다. 조사에 지친 몸을 이끌고 점심시간에 따로 시간을 내어 화랑을 방문했다. 주황색의 표지 위에 그려진 투박한 그림이 마음에 들어 화보 겸 설명 책을 한 권 샀다. 표지에 나온 위에 두 글자는 빠빠, 일본어로 아빠란 글자다. 이중섭은 그림 밑에 자기 이름을 저렇게 파자 형태로 기록했다.
이중섭의 사진인듯하다. 아마도 이중섭은 담배를 많이 피우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그때 사진전의 주제는 은지화였다. 지금의 담배는 없지만 예전 담배는 향을 보존하기 위해 은박지로 담배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중섭은 그 은박지에 연필 같은 뾰족한 물체로 선을 그리고 물감을 칠한 뒤 닦아내어 그림을 그렸다. 생활고에 어려웠던 그에게 담배 은박지가 그에게는 도화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가 그린 그림은 어딘가 모르게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감이 느껴진다. 사진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은박지는 주는 은은한 빛과 투박한 선이 묘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은박지에 물감을 칠한 뒤 색이 은은하게 번지게 만든 그림인데 어딘가 모르게 특별한 느낌을 준다.
찾아보니 2015년에 한 전시회였다. 너무 오랜 시간 그림을 잊고 살았나 보다. 이중섭은 그림을 그리며 가족을 만난 날을 희망했다. 때로는 가족들이 행복한 모습을 담배 은박지에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냈지만 그림을 통해 그는 가족과 함께 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가족이라는 고마움을 너무 잊고 사는 걸까? 떨어져 지내지 않고 항상 함께하고 있기에 고마운 점을 모르는 건지.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한마디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