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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31. 2023

책이 사람을 말해주다.

[집행관들]_조완선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렸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려는 순간 몸이 불편해 보이는 분이 내 앞에 섰다. 그 아저씨는 목발을 짚고 걸어서 버스에 쉽사리 타기 어려워 보였다.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 아저씨를 제치고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나는 그 아저씨가 타야 버스가 출발할 것을 알기에 먼저 가시라며 양보를 해 드렸다.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부자유스러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버스에 올랐다.


  이미 버스는 만원이었다. 노약자석에 앉은 이들은 창밖을 주시하고 있어 불편한 아저씨의 다리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위태위태하게 버스 손잡이를 잡은 아저씨의 손이 안쓰러워 보였다. 한 정거장을 지났을 무렵 중간 하차 출구 쪽에 있던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내릴 거라며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에게 앉기를 권하셨다.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는 미안해하며 이내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가 내릴 정류장은 그리 멀지 않았다. 거기서 2,3 정거장쯤 더 갔을 때 아저씨는 내릴 준비를 하셨다. 자리에 앉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버스가 정차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그렇게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는 내릴 준비를 하고 버스가 정차하기를 기다렸다. 버스가 멈추고 버스 기사는 사람들이 다 내렸다고 생각하고 버스 문을 닫으려고 하였다. 그때 자리를 양보했던 아저씨가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아직 사람 안 내렸어요.

  그렇게 닫히던 문은 다시금 열렸다.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는 어렵게 버스를 내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문득 그렇게 아저씨를 챙겨줬던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의 손에 들려있던 책이 하나 보였다.

집행관들

  전혀 모르는 책이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갑자기 그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부조리한 사람들을 처단하는 내용의 소설이었다.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집행관들"을 읽고 있는 아저씨에게도 "집행관들"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호감이 늘어났다.

  어쩌면 "집행관들"의 작가는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글을 쓰는 작가의 어느 문장 하나가 부조리한 사회나 세상에 대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독자인 아저씨에게 느끼게 만든 건 아닐까? 아저씨의 행동 하나에서 많은 것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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