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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22. 2023

님아 그 얼굴을 그리지 마소

인물화에 대하여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본인 얼굴을 그려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럴 때일수록 절대 사람은 그려주시면 안 됩니다. 물론 그 사람과 원수가 되고 싶다면 그리셔도 됩니다. 그림을 그린 지 8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물화는 너무 힘든 주제입니다. 사람 얼굴은 약간만 선이 바뀌어도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제게 너무 힘들었던 사람의 모습을 몇 가지 보여드리죠.

  제 얼굴 그렸냐고 묻더군요. 어디 잡지에 나온 연예인 사진인데 도무지 누구인지 알 수 없네요.

아들 그림 2장입니다. 아무리 봐도 아이 같은 느낌이 없네요.

  미국의 링컨 대통령입니다. 링컨인지 알아보실 수 있을까요?

  아내가 저에게 안티팬 10만 명은 만들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던 그림입니다. 장근석 씨의 앨범 표지를 그렸는데 장근석 님은 어디 가고 이상한 남정네만 하나 서 있습니다.

  아내에게 구박을 받았던 그림입니다. 지갑에 들어있던 저와 아내 사진을 그렸는데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습니다.

  딸이 욕했던 그림 중 하나네요. 의자를 전부 차지하겠다고 팔을 벌린 딸을 그렸는데 딸이 말하기를 아빠는 딸을 못생기게 그리는 재주가 있답니다.

  큰 아이가 4살이었을 때 유모차에 탔던 아이를 그렸는데 돼지코로 그렸습니다. 사람 코가 아니라 돼지코라고 아들이 뭐라 하더군요.

  아들이 조금 컸을 때 놀러 갔던 사진입니다. 빡빡이 머리에 안경만 알아볼 뿐 전혀 아들인지 모르겠습니다.

  패션의 탄생이라는 책입니다. 패션 대가들의 사진이 그려져 있는데 제 나름대로 얼굴을 망쳐서 그렸습니다. 그리다가 도무지 너무 다른 사람이 그려져서 그리다가 포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개구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예전에 제 컴퓨터에 있던 4명의 위인입니다. 아인슈타인, 벤자민 프랭클린, 정약용 선생, 레오나르도 다빈치입니다. 인물화가 아니라 추상화가 제게 맞는 주제일까요?

  지하철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그리다가 얼른 덮었습니다. 혹시 이 그림을 보고 항의를 하면 어쩌죠?


한 줄 요약 : 부디 사람은 그리지 마시고 선으로 이뤄진 간단한 것들을 그리시기를 바랄게요.


다음 주제 : 그림을 그리려면 학원에 다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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