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새로

도도함이 사라진 얼굴

  금전적인 자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허락된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주저 없이 그림이라고 답합니다.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는데 그림만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취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림의 질에 따른 스트레스는 있지요.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면 살짝 짜증이 올라옵니다. 그러면 어떤가요?

  인생이라는 시간을 그림이라는 유형자산으로 치환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나간 시간은 흔적에서 사라지지만 그림이라는 물질은 차곡차곡 쌓여나갑니다. 그렇게 인생의 결과물들이 눈에 보이는 느낌입니다.

  그림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입니다. 병에 그려진 그림은 도도하면서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나는데 제가 그리기만 하면 동네에서 지나다닐 것 같은 익숙함이 느껴집니다.

  스케치를 마치고 나서 보니 머리 부분 장식이 굉장히 이상하군요. 색칠을 하면 나을까 싶어서 수채화로 채색을 시작합니다.

  구미호 위에 돼지가 한 마리 올라간 느낌이네요. 원작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오늘 수채화 하나를 남겼음에 만족하며 펜을 내려놓습니다.

  소주병에 그려진 원래 그림은 이렇답니다. 어딘가 모르게 많이 다르지요? 오늘의 그림 이야기는 여기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