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이상한 질문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아서 잠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딸이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아빠 죽으면 어떻게 해?"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해서 어리 둥절하고 있으니 딸이 부연 설명을 덧붙입니다.
"갑자기 아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서. 매장을 해야 할까? 화장을 해야 할까?"
아빠가 벌써 죽으라는 이야기인가 서운해하는 마음이 들기도 전에 제 입이 먼저 움직이네요.
"아빠는 매장은 싫다. 그냥 화장해 줘."
제가 죽는다면 땅에 묻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괜한 풍수지리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고 화장으로 다 태우는 것이 그냥 막연히 좋아 보였습니다.
"납골당에 모셔야 하나?"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딸의 얼굴만 보면 아빠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나무 밑 어딘가에 뿌려줘."
그러자 딸이 역정을 내며 이야기합니다.
"아니, 어디 나무 밑인지 어디에 있는 나무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줘야지. 정신도 없는 자식들이 아버지를 어디에 모실지 어떻게 결정해?"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죽는 것도 모자라 어디에 묻힐지까지 결정하라니요.
"아빠가 사과를 제일 좋아하니까, 외할아버지 밭에 있는 가장 큰 사과나무 밑에 뿌려줘. 이제 끝났지?"
딸은 집요합니다. 여기서 멈추지를 않네요.
"그러다가 밭이 없어지거나 사과나무가 사라지면 어떻게 해?"
'그냥 네 맘대로 해라'하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래도 저렇게 딸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데 끝까지 이야기해 보기로 합니다.
"정말 보낼 곳이 없으면 너희가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넓은 바다에 뿌려주라. 그래야 너희도 부담이 없지. 바다에 뿌리면 너희들도 바다를 볼 때마다 아빠 생각하지 않겠니?"
그런데 딸이 다시 이야기합니다.
"근데 아빠 재를 뿌리면 환경공해 아닌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옵니다.
"차라리 내가 너보다 오래 살게. 이거면 되었냐?"
딸은 어이가 없다는 듯 더 이상의 대화를 잊은 채 핸드폰에 다시 몰두합니다. 죽음 이후의 순간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누군가는 죽고 나도 죽겠지만 정작 그 사실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살아가니까요. 장례는 더더욱 생각할 일이 없습니다. 딸아이의 장례식 한 마디에 생각이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