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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30. 2023

가을의 소리

Sounds of fall

가을의 소리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을이 보인다.


집 앞 놀이터에도

아파트 화단에도

도로길 가로수에도


마른 잎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소리를 내며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바스락 소리를 100번 정도

들으면 삶의 끝자락에 다다라 있겠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아이처럼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소리를 느낀다.


내 인생에 딱 100번 밖에 없을 기회 중

단 한 번이니까.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네요. 내딛는 발걸음마다 낙엽이 부서지며 소리를 냅니다. 사람들은 낙엽을 찾아 떠나지만 아파트 앞 놀이터에도 낙엽이 있고 주변 화단에도 낙엽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 위의 가로수에서도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평소에는 바쁜 일 때문에, 주위의 소음 때문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지요. 잠시 주위가 고요해진 사이에 신경을 기울여야 겨우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살면서 몇 번의 낙엽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1년에 두 번 정도 50년쯤 들으면 삶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있겠지요. 그때쯤이면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사그라지는 삶을 아쉬워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100번 중의 단 한 번일 텐데 오늘은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조금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몇 번 없는 기회중 딱 한 번이니까요. 떠난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이번 가을이 떠나기 전에 눈에 꾹꾹 눌러 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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