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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6. 2023

잔소리의 효용

양약고어구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말은 귀에 쓰다.


  저녁 약속 자리가 많았습니다. 많을 때는 주 6회까지 약속을 잡았다가 아내의 잔소리(?) 덕분에 주 2회로 줄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물론 바로 자리를 줄이면 좋겠지만 약속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저에게는 생각처럼 쉽지는 않네요.


  아는 형님을 만나 아내가 조금 더 저의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형님이 제게 질문 하나를 하십니다.


  “동생 생각대로 약속 잡았으면 몸이 남아났을까?”


  생각해 보니 지금도 과체중으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뱃살과 깊어진 주름 때문에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고 아내가 타박입니다.

  그나마 아내가 지적이라도 해주었기에 이 정도(?) 몸매를 유지하나 봅니다. 정말 제 생각대로 약속을 잡았다면 달력에 약속이 가득 차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맞지 않는 옷이 한 둘이 아닌데, 배둘레가 한참 늘어나 맞는 옷이 아예 없었겠죠. 제가 원하는 대로 했다면 제 몸이 망가지는 파국까지 가야 멈췄을 것이고 아내의 잔소리 덕분에 그나마 파국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파국까지 가보지 않았으니 그저 저를 제지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생겼겠죠. 잔소리가 고마운 법인데 저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형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는 태어날 때 혈전이 있어서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했다지요. 하지만 수험생이 되고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학원과 도서관에 자녀를 밀어 넣었다가 결국 아이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쓰러졌다고 합니다. 그제야 내가 옛날 생각을 못했구나 싶었답니다. 그만 시키자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아이를 몰아치다가 오히려 아이의 건강마저 뺏을 뻔한 셈이었죠.


  귀에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해 준다면 그 사람은 나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틀린 이야기라면 지나치면 될 일이고 맞는 이야기라면 자신을 반성할 기회이지요. 좋은 말은 귀에 쓰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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