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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12. 2024

#12 뇌가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 고통

[고통의 비밀]_몬티 라이먼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런지 의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은 의사가 쓴 고통에 관한 책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고통은 나쁘다?

  고통이란 나쁜 것일까요? 전혀 고통을 못 느끼면 어떻게 될까요? 뜨거움이나 아픔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조심을 하게 됩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넣었는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손이 익어버리겠죠? 날카로운 것에 손을 피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을 보호하게 되죠. 그렇게 고통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고통을 전혀 못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고통을 못 느끼는 그 사람들은 축복일까요? 오히려 자신의 수명을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행동은 맞지 않는 듯합니다.


진짜 수술, 가짜 수술?

  우리의 통증은 정말 몸속 내부의 문제로 일어나는 것일까요? 무릎 관절경 수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릎 속의 관절 부분을 절개하여 새로운 관절로 채워 넣는 수술이죠. 의사들이 플라세보 수술 효과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절개하여 교체를 한 환자들과 단순히 환부만 절개했다가 다시 접합한 환자들을 비교해 보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예상대로라면 가짜로 절개한 환자들의 통증은 줄지 않아야 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짜로 절개한 환자들도 통증의 개선을 느꼈다고 합니다. 심지어 후유증은 더 적었다고 하네요. 뇌가 인지하는 통증은 실제 문제로 인한 것보다는 심리적인 것의 영향이 크다는 반증입니다.


진짜 약? 거짓 약?

  진짜 약과 거짓 약을 가지고 보통 실험을 합니다. 진짜 약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죠. 물론 이런 실험에서는 자신이 진짜 약을 먹는지 가짜 약을 먹는지 알 수 없답니다. 그런데 가짜약이라고 알리고 복용한 사람은 아예 효과가 없을까요? 아닙니다. 가짜 약이 확실하고 심지어 그냥 비타민 약을 주었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알더라도 효과를 느낀다고 합니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병원에 가면 무조건 약이라도 처방해 달라고 하면 의사 선생님이 그냥 비타민이라도 처방해 주시면 그 약을 먹고 괜찮아졌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심리적 안정이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닐까요?


뜨개질이라는 마음의 위안

  뜨개질이라고 하면 진부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통증에는 효과가 있답니다. 3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운동과 풍부한 자극 그리고 사회적 참여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랍니다.

  일단은 뜨개질할 때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손가락의 움직임이 정서 안정과 진통 효과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뜨개질을 하는 단순 반복적인 행동이 마치 명상을 할 때와 같은 뇌파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쓸모 있는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생각에 자긍심, 보람, 의미, 즐거움을 낳게 되죠.

  그리고 이런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인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통증을 완화하게 된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플 때는 뜨개질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꼭 뜨개질이 아니라도 손을 움직여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면 통증의 감소를 도와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성 통증 완화를 위한 치료법 3가지

1) 변화하기 : 심신과 환경을 통해 뇌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맥락을 변화시킨다.

  공원 산책하기, 팀 스포츠 활동하기, 필라테스, 요가, 태극권 그 어떤 운동도 좋습니다. 수중 걷기나 수영 등 물과 관련된 운동도 좋습니다.

  호흡을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5초 동안 숨을 들이쉬고 7초 동안 숨을 내뱉습니다. 10~15회를 한 세트로 3~5회가 적당하다고 하네요. 여러 연구에서 호흡 훈련은 스트레스도 줄이고, 염증도 낮추며, 통증도 완화시켜 준다고 합니다.

  또한 몸에 무엇을 넣는지도 중요합니다. 니코틴, 카페인, 알코올은 염증을 증가시켜 통증을 악화시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는 않지만 이런 것을 줄이면 약을 먹는 것보다 쉽게 통증을 줄일 수 있겠죠.

  통증으로 불면이 생기는 경우보다 불면증 때문에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네요.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고, 침실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저녁에는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 루틴을 만들면 쾌적한 수면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시각화하기 : 뇌에 혼란을 일으켜 통증을 줄인다.

  뇌의 많은 부분이 시각처리에 사용되기도 하고 시각 입력이 통증 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강한 시각 입력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뇌의 신경회로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 영역이 활성화된 급성통증이 있는 상태의 뇌, 활성화된 영역이 더 확대된 만성통증이 있는 상태의 뇌, 통증이 전혀 없는 상태의 뇌, 이렇게 세 장의 뇌 그림을 준비해서 통증을 느낄 때마다 눈을 감고 통증이 있는 상태의 뇌 그림을 떠올리고 통증을 일으키는 영역이 줄어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연구자에 따르면 처음 3주는 거의 효과가 없었지만 한 달쯤 지나자 통증 없는 상태의 뇌그림이 저절로 떠오르고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다 1년 뒤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통증이 없는 뇌의 지도를 그리게 된 것이지요.  

3) 교육하기 : 지식이 곧 힘이다.

  사람들은 통증이 세포 조직에서 생성되어 뇌에서 감지된다고 잘못 믿고 있습니다. 현대 통증 과학에 따르면 통증은 뇌에서 생성되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며, 조직 손상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고 합니다.

  통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통증에 관한 지식을 늘려주고 움직임과 관련된 두려움을 줄여주며 사회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여 통증을 완화시켰다고 합니다.

  큐러블이라는 앱을 통해서 통증 과학에 대한 교육프로그램과 자가 관리를 도와주는 가상코치를 통해 이용자들은 한 달 뒤부터 통증완화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통증이란 단순한 신경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 습관, 정신 자세, 운동, 사회활동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서 나타나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 통증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고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쩌면 통증은 우리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통증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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