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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귄위로 따르게 만들지 않는다

미움받지 않는 꼰대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잠시 창가에 앉아 차를 한 잔 마시며 사무실을 바라봅니다. 오늘도 저 멀리 앉은 직원들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합니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열정이 식어가는지, 아니면 여전히 불꽃처럼 타오르는지. 관리자로 일한 지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열정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까?


권위라는 갑옷을 입고 명령하는 것은 쉽습니다.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성과를 다그치며, 평가표를 들이밀고 일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복종은 진정한 따름이 아니라는 것을 오래전에 깨달았습니다. 복종과 헌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저도 단순했습니다. 월급을 올려주거나 성과급이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것은 순간의 기쁨일 뿐, 생각보다 그 효과가 크지 않더군요. 제가 사장도 아니고 최대주주도 아니기에 그렇다고 몇 억의 보너스를 줄 수는 없었습니다. 돈이라는 당근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죠. 인간의 마음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었으니까요.


어느 날, 팀의 막내가 아침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가볍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물었습니다. "요즘 무슨 고민 있나봐요?"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버지의 병환, 그리고 대출로 인한 재정적 부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업무 지시가 아니라 진심 어린 귀 기울임이었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저는 직원들의 눈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들의 표정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 말하고 싶지만 꺼내지 못하는 고민들을 읽어내려 했습니다. 승진을 꿈꾸는 직원에게는 조직의 숨겨진 승진 루트와 함께 좋은 자리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직원에게는 제가 알고 있는 작은 방법들을 나누었습니다. 그저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은 직원에게는 퇴근 후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책들은 많은 이론을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발견한 가장 소중한 진실은 단순했습니다. 사람은 자신을 부리려는 자에게는 반항하고, 자신을 도와주려는 이에게는 기꺼이 협조한다는 것. 그것은 인간 본성의 심오한 측면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팀원들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일찍 퇴근하는 게 어때요? 다들 한 주 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그들의 눈빛에서 번쩍이는 기쁨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 주 월요일에 그들은 더 일찍 출근해 있었고, 더 열정적으로 일했습니다.


관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은 이런 순간들입니다. 작은 신뢰가 큰 헌신으로 돌아오는 것. 진심 어린 관심이 열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 그것은 권위나 직책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선물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미움받지 않는 꼰대'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나누되, 그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지혜를 전하되, 그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처럼, 좋은 리더십은 눈부시게 강요하지 않고 따스하게 스며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회의실의 큰 목소리보다, 복도에서 나누는 작은 위로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오늘도 커피 한 잔을 들고, 직원들의 책상으로 향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기 위해.

결국 리더는 권위로 따르게 만들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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