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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20. 2024

#80_사람은 맞춰지지 않는다.

사랑에 관한 대화

  점심시간 일식당을 찾았습니다. 10자리도 안 되는 좁은 좌석에 두 커플의 남녀가 보였습니다. 30대로 보이는 남자 두 명과, 30대로 보이는 여자 2명이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지요. 저는 홀로 앉아 점심을 먹느라 의도치 않게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남자

  아마도 남자는 이혼을 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외모나 성향, 대화에서 묻어나는 느낌이 결혼보다는 자유를 찾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죠.

  "20대에는 상대를 맞추는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드니까 맞출 수가 없다.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

  그에 비해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30대 여자 두 분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결혼은 가정의 파국을 피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야. 극단을 피해야지. 좋은 남자를 찾기는 어려워.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평범한 생활을 할 수가 있어."


  두 커플의 대화를 들으며 결혼에 대해 물으면 나는 조금 다르게 대답해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후배가 물었습니다.

  "선배 결혼의 장점이 무엇이에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러니까 안 해도 후회할 거니까 해보고 후회해."

   그냥 바로 떠오르는 생각을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해보고 후회할 거면 뭐 하려 해요?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지?"

   답답해하는 후배의 질문에 답해줬습니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은 나와 맞을 것 같은 상대방을 선택해 함께 사는 일이지. 하지만 살아보면 배우자라는 사람은 나와 참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네. 그렇다고 거기서 이 사람은 나랑 맞지 않으니까 잘못된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그 만남은 지옥이 되어 버리지.


  서로의 배려를 넓혀 가는 일, 그게 결혼인 거 같다. 서로 힘들 때 보듬어주고, 기쁠 때 서로를 축하해 주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결혼이겠지. 세상에는 희생 없이 무조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단다. 내가 상대를 위해서 무엇을 주었는지 생각해 봐야 나도 상대에게서 무엇을 구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네.

  

  어쩌면 그런 면에서 너무 극단적인 상대방을 만나면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가기가 어렵거든. 배우자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차이를 먼저 생각하고 만나지 않으면 그 결혼은 오래가기 힘들어. 배우자를 선택해야 한다면 네가 보듬을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먼저 아닐까 싶네."


  예전에 쓴 일기에서 아내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던 부분이 있더군요.


아내라는 화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내

억척스러운 엄마의 모습이나 생활력 강한 아내의 모습으로 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내도 여자였다.

관심과 사랑을 꾸준히 바라는 사람이었다.

화분에 물을 주듯 꾸준한 애정을 보여줘야 했지만 어느새 잊고 있었다.

그렇게 아내의 마음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아파서 잠시 나의 무릎을 베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서 아픔과 함께 약간의 웃음이 묻어났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나 반성을 하다.


   화분의 식물을 정성스럽게 키우듯 작고 사소한 관심이라는 물을 꾸준히 넣을 때 결혼이라는 식물은 잘 자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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