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등학생이 된 너희에게
브런치에 많이 유입되는 검색어 중의 하나가 “유치원 아이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공개 석상에서 아이들이 편지를 읽을테니 내용에 대해서 더더욱 부담이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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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이던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유치원에 다닐 때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다시 꺼내 읽으며, 지금의 아이들을 마주하는 소회를 적어봅니다.
10년 전에는 아빠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더니, 어느 순간 아빠가 말을 걸어도 무심하게 대꾸하는 사춘기 소년·소녀가 되었네. 너희가 친구들과 놀기 전에 더 잘 놀아주겠다던 아빠의 다짐이 무색하게, 이제는 아빠가 너희의 시간을 허락받아야 하는 때가 왔구나. 어쩌면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이제 너희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해지기도 한다.
그때만 해도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너희 얼굴이 수백 장씩 가득했는데, 이제는 여행이라도 가야 겨우 얼굴 사진 한두 장을 찍을 수 있게 되었어. 아빠의 사진첩에는 이제 너희 얼굴 대신 아빠의 그림 사진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너희 얼굴 보기가 연예인 보기보다 더 힘들어지겠지?
여행 한 번 가려면 이삿짐을 싸듯 한가득 짐을 챙겨야 했는데, 이제는 각자 가방 하나면 해결되는 순간이 왔구나. 앞으로의 여행은 아빠·엄마보다는 친구들과 더 자주 가게 될 테지. 너희가 곁에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여행 가자"는 말보다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더 앞서는 아빠의 모습이 아쉽기도 하단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그때 공부보다 여행이나 더 갈걸' 하고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아빠가 무등을 태워주고 한 손으로 가볍게 안아주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이제 가물가물해. 이제는 아빠보다 키도 더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 너희를 보며, 이제는 너희가 늙어가는 아빠를 안아줄 날이 오겠구나 싶어. 너희가 이만큼 자란 만큼 아빠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겠지.
천 원짜리 한 장만 손에 쥐여줘도 과자 한 봉지 살 수 있다며 즐거워하던 너희는 이제 없구나. 5만 원 지폐를 받아도 "고맙습니다" 한마디뿐, 심드렁하게 돌아서는 너희를 보며 세월을 실감한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이제는 너희에게 용돈을 받아 든 아빠가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 날이 오겠지?
"너희는 언제 크나? 어른이 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싶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벌써 2~3년만 지나면 성인이 될 시점이 되었구나. 시간이 어떻게 흐르든, 너희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아빠가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란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아. 10년 전에도 그랬듯 지금도, 그리고 10년 뒤에도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