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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챗지피티 광신도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얼마 전, 한 사업자와 영업권 양도에 관한 세금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그분의 배우자라는 변호사님이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챗지피티가 영업권 양도세율은 16.5%라고 했어요. 왜 당신이 말한 계산과 다르죠?" 순간,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가 법전이 아닌 챗지피티를 근거로 세율을 따진다고?


챗지피티는 유용한 도구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나 법률의 최종 해석자는 아니다. 챗지피티는 법률 해석보다는 유사한 질문들에 대한 과거의 답변을 조합해 제시한다. 따라서 현행 법령이나 최근 판례, 예규의 변화까지 반영하기 어렵다. 세법처럼 수시로 바뀌고, 해석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그 변호사님께 정중히 다시 물었다. "혹시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시나요?" 돌아온 대답은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것이었다. 조세법이나 세무 전문이 아닌 분이 챗지피티를 인용해 세율을 논하고 있는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이혼 사건과 조세 문제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마치 정형외과 의사에게 심장 수술을 맡기는 격이다.


실제로, 영업권을 단독 양도할 경우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필요경비를 60% 인정받으면 실효세율은 8.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종합소득으로 신고하면 누진세율이 적용되어 세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때 종합소득세율 중 일정 과세표준 구간에서는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이 1,200만 원을 초과하고 4,600만 원 이하일 경우 15%의 기본세율이 적용되며,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추가하면 세율은 16.5%가 된다. 누진공제에 따라 실제 세금은 조금 다르게 계산된다. 따라서 챗지피티가 언급한 16.5%라는 수치는 이 구간에서 지방세 포함 기준으로 산출된 세율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전 구간에 일괄 적용할 수는 없다. 특히나 상담을 하는 분은 영업권이 수억대의 규모였고 과표 구간은 42%구간이었다.


사람들이 AI를 신격화하는 모습은 조금 우려스럽다. 질문을 던지기만 하면 마치 정답이 돌아올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세금이나 법률처럼 오차가 큰 분야에서는 그런 태도가 위험할 수 있다. 법은 텍스트뿐 아니라 해석이 중요하고, 세금은 수치뿐 아니라 맥락이 중요하다. 챗지피티는 단지 출발점이지, 도착지가 될 수는 없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는 말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게 느껴진다. AI라는 새로운 '선무당' 앞에서 우리는 더더욱 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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