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미래일까?
최근 부모님께서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고 시골로 내려가셨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는 거기서 농사를 지으셨기에 친척분들도 많이 계셨죠. 최근에 잘 지내시냐고 묻다가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 그 마을은 여전히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었지만, 그곳의 나이 구조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70대인 아버지가 마을 회관에 나가시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당연히 어르신들이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에 가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아직 너무 어려서 끼지도 못한다”라고 하셨지요. 마을 회관에 모이는 분들은 대부분 80~90대이고, 80대 초반이 막내라서 설거지까지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동네 청년회였습니다. 청년회장이 79세라고 하더군요. 아버지도 이제야 동네에서 ‘청년’ 축에 든다고 하시며, 청년회 막내는 갓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이라 합니다. 이 말을 들으며 우리가 얼마나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연령이 45세에 달했다고 하지요. 45세가 통계적으로 소득의 정점이며, 그 이후로는 계속 하락한다고 합니다. 60세가 되면 대부분 가계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다고 하니, 현재 45세인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15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을 뿐인 거죠.
이런 구조적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할까요?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내수 시장 축소, 그리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최근 K-문화의 전 세계적 확산을 보며 문화산업과 관광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 음악, 게임 등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이는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과연 10년 안에 이런 산업들이 기존 제조업을 대체할 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10년 후면 그들이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그때의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고령화되어 있겠지요. 청년층이 떠받쳐야 할 고령층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고, 사회보장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부담도 클 것입니다.
어쩌면 제 걱정이 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그 ‘고령화된’ 마을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웃고, 함께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80대가 막내라서 설거지를 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여전히 그들이 서로를 돌보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아이들이 10년 후 사회에 나갔을 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세상이 반드시 절망적일 필요는 없겠지요. 새로운 산업과 사회 기반이 사회를 더 발전시킬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가진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이나 경제 모델보다도, 세대끼리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