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정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는 힘에서 시작된다.
안정이라는 이름의 불안
얼마 전, 강남에 위치한 로펌 로비에서 지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고층에 위치한 회의장소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천장까지 닿은 대리석 벽과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전경은 그야말로 ‘성공의 상징’처럼 보였지요.
서울 시내를 바라 보며 그분은 말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어요.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서 매일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자녀도 꼭 로펌으로 보내야겠어요. 안정적인 곳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제게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커리어의 이면에는 묘한 불안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죠.
과연 로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저곳이 정말 안정적인 걸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안정적인 삶을 꿈꿔왔습니다.
대기업, 공무원이나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의 길을 걸으면 인생이 보장된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과연 현실은 그럴까요?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의사도 있고, 대형 로펌에서 번아웃으로 쓰러지는 변호사도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나는 대기업 직원들도 있지요.
몇십 년을 바쳐 쌓은 경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토록 사람들이 추구했던 ‘안정’의 실체는 생각보다 불안정하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건, 그런 안정적인 삶을 얻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를 포기한다는 점입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고, 적성보다 연봉을 우선시하게 되지요. 매일 아침 출근길이 고통스럽고, 주말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이 ‘안정’이라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미래였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 돈은 덜 벌더라도,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지 않았을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업들이 이제는 사라지고 있지요. 진짜 안정은 직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끼는 내적 동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안정은 겉으로만 단단해 보일 뿐,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흔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보려 합니다. 세상이 말하는 안정적인 길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가장 안정적인 길일지도 모르니까요. 인생에 완벽한 답은 없지만, 적어도 내 삶의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