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인사
https://brunch.co.kr/@hermite236/1211
매년 새해가 되면 그 해의 동물에 해당하는 십이지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작은 의식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정성이 담긴 새해 인사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그림이 몇 년이 되어 가네요. 올 1월에도 뱀의 해를 맞아 손수 그린 그림을 새해 인사 대신 보내드렸는데, 벌써 1년이 흘렀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네요.
2025.01.02
올해도 역시 본연 스님의 말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저장해둔 스님의 십이지신 그림을 찾아서 핸드폰 화면에 원본 사진을 띄워놓고, 스케치 펜을 쥐고 말머리부터 천천히 시작해 봅니다.
첫 선을 그을 때, 잘 그려질까라는 걱정이 먼저 듭니다. 말의 역동적인 갈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동감 있는 그림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그저 한 획 한 획 계속 그려나갑니다.
왼쪽의 장식 무늬가 그림의 테두리를 넘지 않도록, 전체적인 균형을 생각하며 신중하게 위치를 잡아 봅니다.
어느덧 말의 상반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약간 조화가 안 맞는 느낌이 들어요. 목과 몸통의 비율이 원본과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의 각도가 살짝 틀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중간에 고민만 하다 보면 그림은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완성부터 해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나니 전체적인 윤곽이 보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나쁘지 않네요.
이제 색연필을 꺼낼 시간입니다.
하나씩 하나씩 색을 맞춰보며 조심스럽게 칠해 나갑니다. 색연필의 부드러운 질감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조금 틀리면 어때요. 원본과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렇게 색연필 채색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색연필 채색이 마무리된 후, 물붓을 꺼내 들었습니다. 수채색 연필의 장점은 물을 머금으면 색이 번지며 더욱 깊어지요. 색을 조금 더 진하게,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물을 칠해 봅니다.
아쉽게도 색감의 변화는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네요. 하지만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쯤에서 멈춰 봅니다.
돌이켜보면 십이지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몇 년째입니다. 처음 그릴 때는 서툴기만 했던 손길이 이제는 조금 자신감 있게 움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전이라도, 매년 이맘때 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나아지고 느낌이 이제는 듭니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라고 합니다. 말은 예전부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과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광활한 들판을 달리는 말처럼, 올해는 우리 모두 막힘없이 자신의 길을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여러분 올 한해도 제 글을 찾아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