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배우는 골프 레슨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아요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연습장 부스에 앉아 모니터를 보니 화면 가득 숫자들이 펼쳐진다. 클럽속도, 볼속도, 백스핀, 클럽면각. 마치 암호 같은 이 수치들이 내 스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들은 그저 어지럽게 흩어진 별자리처럼, 나에게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장부에 기록된 숫자는 보이는데 왜 이런 수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걸까?


“무엇이 틀렸을까? 어디가 잘못된 걸까?“


같은 질문을 수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프로님의 조언을 매번 받을 수는 없었, 어쩌다 한 번 조언해준 내용을 따르려 애썼다. 하지만 내 몸은 다르게 움직였다. 왜 공은 여전히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프로님에게 볼이 빗맞을때마다 매번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내 스윙 데이터를 건네며, 마치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AI는 바로 답했다. 어지러웠던 숫자들 사이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내가 놓쳤던 연결고리를 짚어냈다. “당신의 백스핀이 과도합니다. 어택각도를 조정해보세요.” 마치 흐릿한 세상을 안경을 쓰고 다시 보는 것 같았다.


AI는 내게 이상적인 수치들을 보여주었다. 프로들의 평균, 내 스윙스피드에 맞는 최적의 조합,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별 훈련 방법까지 요리 레시피처럼 보여주었다. 서서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시로 그 조언에 따른 결과를 업로드하며 업데이트된 조언을 구했다.


그 제안을 따라 연습했다. 일주일, 이주일. 다시 모니터 앞에 섰을 때, 숫자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백스핀이 줄어들고, 각도가 안정되고, 캐리가 늘어났다. 발전은 더뎠지만 변화는 확실했다. 맹목적인 연습보다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AI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당신은 무조건 샤프트를 바꿔야 합니다”라는, 어딘가 단정적이고 성급한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내 지갑을 걱정하게 만드는 그 진단 앞에서, 나는 잠시 주저했다. 정말 그 결론이 정답일까? 코치 님에게 물으니 그건 스윙의 각도가 잘못된 것이라 샤프트 문제가 아니라는 답을 주셨다. AI가 100% 정답은 아니었다.


또 다른 날에는 그립 각도가 잘못됐으니 손의 위치를 바꾸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데이터만 보고 내린 판단이었다. 내 스윙 동영상을 보지 못한 채, 숫자만으로 그려낸 그림이었다. 실제 내 움직임을 봤다면, 아마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동영상을 함께 올렸더라면 어땠을까? AI의 눈에 내 몸의 리듬이, 전환의 순간이, 임팩트의 찰나가 보였다면, 조금 더 섬세한 판단이 가능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AI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완벽하지 않은 조언자지만, 적어도 그는 나의 어지러운 숫자들에 질서를 부여해주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해주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골프는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다. 그리고 이제 그 대화에 새로운 목소리가 하나 더해졌다. 때로는 틀리고, 때로는 지나치게 확신하지만, 그럼에도 귀 기울일 가치가 있는 목소리.


연습장을 나서며 생각한다. 다음엔 동영상도 함께 보여줘야겠다고. 그러면 AI는 숫자 너머의 나를, 몸짓 속의 진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내 골프실력은 AI와 함께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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