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

위장 이혼이 실제 이혼이 되기도 합니다.

세무법인에서 다른 세무사님들과 함께 고객 상담을 받다 보면 종종 이상한 질문을 받는다.

"이혼하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던데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부 사람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이혼을 고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보다 세금이 가정에게까지 영향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3년간 국세청에서 조사관으로 일하며 수많은 사례를 봤지만, 위장이혼은 그중에서도 위험한 선택이다. 법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위장이혼, 과연 효과가 있을까?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은 아니다. 부부가 혼인 기간 동안 함께 이룬 재산을 나누는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악용해 일부러 이혼 서류를 꾸며 재산을 배우자에게 옮긴 뒤, 실제로는 계속 함께 살면서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관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위장이혼을 가려내는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판례를 보면 그들이 어떤 점을 주목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 사례에서는 이혼 신고일보다 재산분할 등기일이 더 빠른 점, 이혼 후에도 1년 넘게 같은 집에서 거주한 점, 배우자 명의 계좌를 계속 관리하며 수억 원을 거래한 점 등이 위장이혼의 근거가 됐다. 세무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주소를 옮긴 것도 의심을 더했다.


국세청이 보는 결정적 단서들


세무조사관들은 이혼의 진위를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단순히 법률적으로 이혼했다는 것만 보는 것은 아니다. 세법은 실질과세이기 때문에 실제 이혼했는지 여부를 이혼 후 주거지 분리 여부, 금융거래 패턴, 재산 실질 관리자, 부동산 임대차계약 체결자 등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판단한다.


특히 재산분할로 넘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본인이 계속 사용하거나, 배우자 명의 계좌에서 자유롭게 돈을 인출하는 경우는 치명적이다. 한 판례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아파트와 현금을 재산분할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에도 그 아파트와 예금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쓴 사실이 드러나 증여세를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원은 "재산을 이전해 놓고도 여전히 임의로 관리했다는 것은 오히려 증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증여 추정을 깼다. 위장이혼이라 봤다면 증여세를,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재산이전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론이다.


입증 책임은 납세자에게


더 큰 문제는 입증 책임이다. 국세청이 위장이혼 의심 정황만 제시하면, 진짜 이혼임을 입증할 책임은 납세자에게 넘어온다. 한 사례를 보면, 남편의 사채업과 상속분쟁, 재혼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이혼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예외적인 케이스다.


대부분은 이혼 후에도 같은 곳에 거주하거나, 부동산 거래를 대리하거나, 금융거래가 지속되는 등의 정황만으로도 위장이혼으로 인정된다. 심지어 배우자 사업장 주소로만 주민등록을 옮겨놓고 실제로는 함께 사는 경우, 아파트 입주자 명부에 여전히 함께 등재된 경우도 문제가 됐다.


실제 이혼이어도 증여세 부담


설령 진짜 이혼이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 한 심판례에서는 실제 이혼으로 인정받았지만, 위자료 명목으로 받은 11억여 원 중 "통상적 범위"를 넘는 금액에는 증여세가 부과됐다. 이혼 당시 무재산이던 남편이 이혼 후 순차적으로 거액을 지급한 것을 순수한 위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부양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도 제한적이다. 전 배우자의 자녀를 양육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전체 금액의 일부만 위자료와 부양비로 인정받고 나머지는 증여로 과세됐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세금을 아끼려고 시작한 위장이혼이 진짜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다. 실제로 상담했던 한 부부는 증여세를 줄이려고 이혼 서류를 꾸몄다가, 형식적으로 떨어져 살면서 관계가 점점 소원해졌다. 서류상 남남이 되자 서로에 대한 책임감도 옅어졌고, 결국 다른 이성과 만나면서 진짜 이혼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남편이 위장이혼 후 다른 여성과 재혼까지 했다. 아내는 뒤늦게 국세청에 "실제 이혼이아니었다"라고 항변했지만, 정작 본인이 받고 싶었던 건 재산분할이 아니라 증여세 감면이었다. 법적 지위를 잃은 후에야 그 무게를 깨달은 것이다.


한번 이혼하면 이혼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세금 문제로 시작했다가 정말로 관계가 파탄 나는 경우도 봤다. 법률상 부부 관계가 끊기면 상속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각종 배우자 공제 혜택도 사라진다.


더욱이 위장이혼이 적발되면 무거운 가산세는 물론, 조세포탈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수억 원의 세금을 아끼려다 그보다 더 큰 벌금과 사회적 신뢰를 잃는 것이다.


세금은 합법적인 절세 방법으로 줄여야 한다.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자녀공제, 사전증여 등 정당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혼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금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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