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02. 2017

특별했던 할아버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비가 살짝 흩날리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주황색 가방에
우산을 끼워 들고 계셨다

분명 여자 가방인데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잠시후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뒤따라 오셨다

70은 족히 넘어보이시는 할아버지가
여자 가방을 들어주는 일은 흔치 않아 보였는데 남달라 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는 횡단보도를 지나 전철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상향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역시
할머니를 먼저 올라가게 하고
본인은 뒤따라 올라가셨다

지하철 개찰구를 들어가려는 찰라
할머니는 개찰구  옆 화장실로 가셨고
할아버지는 말 없이 화장실 앞을 지키고 계셨다

할아버지의 주황색 가방은
아마 나도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배려할 줄 아는 남편이 되라는
말처럼 들려 더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나의 한마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