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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Nov 24. 2017

#1 처음부터 잘 그리는 사람은 없다

"혹시 만화가이신가요?"

"그림을 잘 그리셔서 좋겠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그런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사람들은 그저 현재 그리고 있는

나의 그림만을 보고 

내게는 예술적 재능이 있기에

그렇게 그리는 게 아니냐고 묻곤 한다


아마도 나의 어머니

혹은 어릴 적 미술 선생님이 

들으신다면 

코웃음을 치실 일이다 


어릴 적

친구들이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는

"발로 그려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이 한 마디에 그림은

그저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 내게

미술 시간은 

힘든 고통의 시간이 분명했다 


그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다시금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왜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그림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그림 한 장을 그리고 싶었다


틈틈이 나는 내 인생의 여백을

그저 인터넷이 보며 

낭비하지 말고 

무언가 뜻깊은 일을 하며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굳어 있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참 동안 멈춰있던 

기계를 돌리듯 

뻑뻑한 손가락으로 

선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쌓여가자 

조금씩 조금씩 

그림은 나아져 갔다

물론 내가 창조한 그림도 아니었고

남의 그림을 따라서 

계속 그려보았다

2015.07.13 노안을 그리는 재주-정해인

사람들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초상화부터 생각하지만 

사실 제일 그리기 어려운 게 사람이다 

8살밖에 안된 큰 아이를 

그린 그림인데

아이는 어디 가고

할아버지만 남아 있었다 

그림을 그린 지 

3년째가 된 지금도 

사람을 그리는 일은 아직 부담스럽다


그림이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분께

딱 한 마디만 드리고 싶다 

"그림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며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우리에게 예술적 재능은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선으로 무언가를

나타내게 하는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터득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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