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만화가이신가요?"
"그림을 잘 그리셔서 좋겠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면
그런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사람들은 그저 현재 그리고 있는
나의 그림만을 보고
내게는 예술적 재능이 있기에
그렇게 그리는 게 아니냐고 묻곤 한다
아마도 나의 어머니
혹은 어릴 적 미술 선생님이
들으신다면
코웃음을 치실 일이다
어릴 적
친구들이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는
"발로 그려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이 한 마디에 그림은
그저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 내게
미술 시간은
힘든 고통의 시간이 분명했다
그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다시금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왜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그림이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그림 한 장을 그리고 싶었다
틈틈이 나는 내 인생의 여백을
그저 인터넷이 보며
낭비하지 말고
무언가 뜻깊은 일을 하며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굳어 있던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참 동안 멈춰있던
기계를 돌리듯
뻑뻑한 손가락으로
선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쌓여가자
조금씩 조금씩
그림은 나아져 갔다
물론 내가 창조한 그림도 아니었고
남의 그림을 따라서
계속 그려보았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초상화부터 생각하지만
사실 제일 그리기 어려운 게 사람이다
8살밖에 안된 큰 아이를
그린 그림인데
아이는 어디 가고
할아버지만 남아 있었다
그림을 그린 지
3년째가 된 지금도
사람을 그리는 일은 아직 부담스럽다
그림이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분께
딱 한 마디만 드리고 싶다
"그림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이며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우리에게 예술적 재능은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선으로 무언가를
나타내게 하는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터득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