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낙서인지
덩그러니 있는 선
그냥 이건 낙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글자와
몇 가지 선이 더 붙게 되면
그럴듯한 그림이 된다
내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분야가
사람 얼굴이다
유독 사람 얼굴은 그리기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그려도
사람 얼굴을 그렸다는 것을 안다
물론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눈 코 입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얼굴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눈동자부터 세밀하게
얼굴을 그려내면
아주 훌륭한 초상화가 될 것이다
내 생각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다만 얼마의 시간을 들여서
그렸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알게 된다
그림을 시작한다면
굳이 처음부터 거창하게
그릴 필요는 없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대부분 세 가지 중의 하나이다
모니터는 네모
컵은 동그라미
샌드위치는 세모
이미지를 아주 최소로
축약한다면 그렇게 된다
여기서 조금씩 조금씩 점과 선을
복잡하게 이어나가면
이미지가 생겨난다
그림도 이렇게 그리면 된다
얼굴 몸통 손 발 이렇게
그리면 사람이다
여기서 어떻게 점점 더 확대해나가느냐
그건 자기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아주 세밀한 묘사를 할 것인지
생략해서 간단하게 그릴 것인지
얼굴도 역시 마찬가지
동그라미 하나 얼굴
눈은 점
코는 세모 입은 네모
한 번 그려 보자
누가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낙서부터 시작해보자
언젠가는 낙서가 아닌
그림의 단계에 도달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