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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12. 2018

이게 아닌데..

요즘 너무 바쁘다

그런데 정말

그림 그릴 시간이

1초도 없었을까?


생각해보니

틈틈이 인터넷은 찾아보았고

밥도 먹었으며

멍하니 보낸 시간도

가끔씩 있었다


그림을 그린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마감에 쫓기는 것도 아니기에

하루 이틀 건너뛰다 보니

한참 지나가 있었다

(사실 왜 이렇게 

그림에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 보는

그림의 맛을 보고 나서는

하루에 한 장은

꼭 그리게 되었다)


아 이래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다잡고

스파게티 소스 병을 하나 잡았다


뚜껑과 병을 그릴 때만 해도

잘 그린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무난해 보였다


그런데

여자 얼굴을 그려야 되는데

눈을 그리고 나니

이걸 어떻게 회복하지?

너무 웃긴데?

여자 얼굴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냥 건너뛸걸 하는

숱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대로 그려나갔다


다행히 머리를 그리고 나니

다시 여자가 되었다


아직 나에게

사람의 얼굴은

너무 먼 당신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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