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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21. 2018

Begger in Bridge

다리 위를 지나고 있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걸인이 보였다


보통 때 같았으면 그저

휙 하고 지나쳤을 텐데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내가 잘못 본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손목에 끈으로 붓을 메어

쓰고 있었다

심지어 글자조차 악필이 아닌

정자체로 잘 쓰인 글씨였다


사무실에 돌아와 내 글씨를 돌아보았다

정작 난 손가락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고 있음에도

글씨가 예쁘지 않았다


악필은 타고난 것이려니 했던

나의 생각이 한 번에 무너져 버렸다

글씨에 대해서

더 이상 변명을 못하겠다


다리 위의 그분을 생각하며

캘리그라피 정도는 아닐지라도

조금 더 글씨를 제대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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