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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01. 2018

검정 하이에나 길들이기

바쁜 아침 책상에 앉았다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통 오른쪽 페이지에만 그림을 그렸는데 오늘은 왼쪽부터 그림을 그려보았다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 사진이었다  


왼쪽 페이지가 마무리될 무렵 오른쪽 페이지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른쪽 그림을 보니 도무지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아 잠시 펜을 내려놓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속에서 자꾸 흑색 소음이 들렸다

나를 격려해주고 이끌어주는 백색 소리가 아니라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소리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흑색 소음 말이다


'이 바쁜 시간에 무슨 그림이야?'

'언제 다 그릴래?'

'사람들은 관심도 없어'


무수한 흑색 소음의 공격이 이어졌다


나를 격려해주는 백색 소리는 

주의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데 비해

이 흑색 소음은 내가 조금만 약점을 보이기만 해도 

수시로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다

마치 하이에나가 먹이의 약점을 파고들어 끝까지 괴롭히듯 말이다


게다가 흑색 소음은 혼자 오지 않는다 

하이에나가 무리를 지어오듯 떼로 몰려온다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로 괴롭힌다 

더군다나 이 녀석들 체력도 좋다 

웬만해선 물러나지 않는다. 

그런 흑색 소음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흙탕물을 맑은 물로 바꾸듯 차분히 호흡을 가라앉혔다

마음을 차분히 하자 겨우 백색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다시 그림을 그리려니 마음속 하이에나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늦잠 전략을 펼쳤다


우리가 늦잠을 잘 때 '딱 5분만'하고는 알람을 다음 시간으로 맞추게 된다

다음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겠다고 약속하지만 어느새 다음 알람이 울릴 때가 되어서야 일어나게 된다


이 전략처럼 '딱 1분만 그리자'하고는 책상 위에 스톱워치를 켜놓고는 천천히 그림을 이어갔다

'딱 1분만'이라는 소리에 하이에나는 잠시 잠잠 해져 보였다

별로 그린 것도 없는데 선 몇 개 네모칸 몇 개 그리고 나니 어느새 3분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5분의 시간이 지나갈 무렵


마음속 검은 하이에나 녀석이 또 시작했다

'이게 그림이냐?'

'선이 너무 삐뚤빼뚤해'


그런 녀석들의 관심에 감사하며 '마무리만 하고 끝내자'하고 되뇌며 마저 그렸다

  


검은 하이에나 목소리를 없어지지는 않으니

잘 길들여야 하겠지 

그림을 그리며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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