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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y 06. 2018

VIP

Very Important Person

슬리퍼에 찍힌 글자를 보고 피식 웃었다

둘이 합쳐져야 vip가 되는 신발

하지만 실상은 늘 한 짝씩 움직이기에 신발을 신고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보도블럭 위에 맨발의 슬리퍼를 신고

그림을 그리고 있노라니 예전에 들었던 어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닷가에서 한가롭게 낚시를 하던 어부에게 한 사업가가 물었다

“그렇게 잡아서 생계 유지가 되십니까?”

그러더니 사업가는

“좀 더 큰 배로 많이 잡아야 돈을 벌 수 있지 않나요?”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장사를 잘 할 수 있는지 한 참을 설명했다

오랜 시간 동안 설명을 듣던 어부는 사업가에게 물었다

“그렇게 어렵게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요?”

그러자 사업가는

“돈이 많고 시간이 된다면 한가롭게 낚시를 하겠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힘들게 돈을 벌어서 지금의 내가 하는 일을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는 지금이 좋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낚시를 계속했다

안빈낙도

현재에 무조건적으로 만족하려는 건 게으른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몸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지상목표가 된 시대에 나만 혼자 뒤떨어지는건 아닌지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내가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만큼 돈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지금 돈이 없어도 조금의 시간만 주어지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욕심에 가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말자 생각보다 지금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생각의 한계가 결국 내 삶의 한계이니 말이다


돌 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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