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잠시 냉전 중이다
아내를 위해 마음이 담기지 않은
"미안해"대신 다른 것을 준비하려 했다
예전에 가방을 사줬지만
이런 거라면 차라리 돈을 주란 얘기에
다른 걸 생각해보았다
마침 부엌에 놓인 우엉이 보였다
평소 손질이 까다로운 우엉때문에
고생했던 게 생각나서
우엉을 다듬어 놓기로 했다
씨꺼먼 막대기 두 개를 한 시간 동안
다듬었는데 남은 건 고작
요게 한 시간 작업분량이라니
먹는 것에 비해 수고가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우엉 조림에 도전했다
뭐 레시피대로 넣으면 될 것 같았는데
일단 간장과 식초를 넣고 졸였다
체에 받쳐 잠깐 식힌 우엉과
레시피대로 준비한 양념을 섞어서 조렸는데
이건 무슨 맛?
나무에 간장 넣은 맛이라 해야할까?
그냥 우엉만 다듬을 껄 그랬어
차라리 가방을 살 껄 그랬어
후회막급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무맛 우엉조림을 부엌에 방치한 채 나왔다
냉전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꺼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