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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8. 2018

명품백 대신 우엉조림?

아내와 잠시 냉전 중이다

아내를 위해 마음이 담기지 않은

"미안해"대신 다른 것을 준비하려 했다

예전에 가방을 사줬지만

이런 거라면 차라리 돈을 주란 얘기에

다른 걸 생각해보았다


마침 부엌에 놓인 우엉이 보였다

평소 손질이 까다로운 우엉때문에

고생했던 게 생각나서

우엉을 다듬어 놓기로 했다


씨꺼먼 막대기 두 개를 한 시간 동안

다듬었는데 남은 건 고작

요게 한 시간 작업분량이라니

먹는 것에 비해 수고가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우엉 조림에 도전했다

뭐 레시피대로 넣으면 될 것 같았는데

일단 간장과 식초를 넣고 졸였다

체에 받쳐 잠깐 식힌 우엉과

레시피대로 준비한 양념을 섞어서 조렸는데

이건 무슨 맛?

나무에 간장 넣은 맛이라 해야할까?

그냥 우엉만 다듬을 껄 그랬어

차라리 가방을 살 껄 그랬어

후회막급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무맛 우엉조림을 부엌에 방치한 채 나왔다


냉전이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질꺼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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