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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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미국 인문주의 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인문주의자인
스티븐 핑커의 인터뷰 중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
이스라엘의 현자, 랍비 힐렐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해줄 것인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 날이 있겠는가?"
이 두 문장이 나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이끌었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눈 밝은 동행들이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20년쯤 지났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쓰기 싫던 일기
아마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 일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난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손도 제대로 들지 못했고
발표하는 것도 어색했다
그래서 반장 선거와 같이
자기주장을 하는 자리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뜻하지 않게 반장이 되었다
다른 사람 앞에 잘 나서지도 못했던 내가
한순간에 바뀌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말을 잘 따르지 않아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반장이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다고
선생님께 많이 혼났었다
정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께 말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못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어려움과 고민으로 가득했던 밤
빈 공책이 하나 보였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스누피가 그려진
종이 공책이었다
공책 앞에 그려진 스누피가
매일 실수하는 브라운에게 위로를 전하듯
내게도 내려놓으라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 공책에
내 어려움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상황, 고민들, 느낌들
그렇게 적어 내려 가다 보니
마음에 걸려있는 감정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기가 대학교, 군대, 직장에 이르기까지
20년을 넘게 쓰게 되었다
물론 매일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가급적 아침마다 단 한 줄이라도 쓰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끼는 생각들, 감정들
사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늘 나를 응원한다
이스라엘 랍비의 말처럼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