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학교쯤이었다
처음 입학한 날
친구들이 내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수줍고 조용한 성격의 나는
며칠 동안 그리 지내다
짝꿍으로부터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짝꿍을 비롯한 친구들은 내가 조폭인 줄 알았단다
짧은 머리
손 등의 담배빵
잔뜩 찌푸린 인상
무뚝뚝한 말투
행여나 잘못 말을 걸었다 다칠까 봐
대부분 말 걸기를 자제했다고 한다
그러다 짝꿍이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진실은 이러했다
우선, 짧은 머리
내 머리는 늘 아버지가 깎아주셨다
바리깡이라 불리는 이발기로 깎아주셨는데
3mm짜리 짧은 칼로 깎아주셔서
거의 반 삭발에 가깝게 밀고 갔었다
중학교에 가면 모두들 그렇게 머리를 밀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나만 그렇게 밀고 갔던 거 같다
두 번째, 담배빵
또 하나의 오해 요소였던 담배빵
내 왼손등에는 직경 1cm 정도 되는
둥근 화상 자리가 하나 있다
거의 담배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담배로
손등에 지졌다고 할 만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어릴 때
쓰레기장에서 장난 삼아 쓰레기를 태우다가
불똥이 손등에
튀어 생긴 상처였다
세 번째, 인상과 말투
어릴 적 나는 표정이 없었다
딱히 찡그린 표정은 아니었지만
처진 입꼬리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을만한 했다
남들에게 말하는데도 소질이 없어
조용히 혼자 있거나
상대방이 묻더라도 단답형으로 답해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딸이 내게 물었다
"아빠 화났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중학교 시절 내 모습이 다시 나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아마도 딸은 내가
무표정하게 책을 읽고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중학교 이후에 입꼬리를 올리려 참 애썼다
지금도 의식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자꾸 내려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표정하거나
화난 듯한 인상이 된다
나이 40이면 얼굴에 책임을 질 나이라던데
억지로라도 웃어 보자!
종이의 그림만 고치지 말고
내 얼굴의 그림도 잘 고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