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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Sep 16. 2018

Impression

아마 중학교쯤이었다

처음 입학한 날 

친구들이 내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

수줍고 조용한 성격의 나는 

며칠 동안 그리 지내다

짝꿍으로부터 진실을 알게 되었다


짝꿍을 비롯한 친구들은 내가 조폭인 줄 알았단다

짧은 머리

손 등의 담배빵

잔뜩 찌푸린 인상

무뚝뚝한 말투

행여나 잘못 말을 걸었다 다칠까 봐

대부분 말 걸기를 자제했다고 한다

그러다 짝꿍이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는 것이다 


진실은 이러했다


우선, 짧은 머리

내 머리는 늘 아버지가 깎아주셨다

바리깡이라 불리는 이발기로 깎아주셨는데

3mm짜리 짧은 칼로 깎아주셔서

거의 반 삭발에 가깝게 밀고 갔었다

중학교에 가면 모두들 그렇게 머리를 밀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나만 그렇게 밀고 갔던 거 같다


두 번째, 담배빵

또 하나의 오해 요소였던 담배빵

내 왼손등에는 직경 1cm 정도 되는

둥근 화상 자리가 하나 있다

거의 담배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담배로 

손등에 지졌다고 할 만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어릴 때 

쓰레기장에서 장난 삼아 쓰레기를 태우다가 

불똥이 손등에

튀어 생긴 상처였다


세 번째, 인상과 말투

어릴 적 나는 표정이 없었다

딱히 찡그린 표정은 아니었지만

처진 입꼬리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을만한 했다

남들에게 말하는데도 소질이 없어

조용히 혼자 있거나 

상대방이 묻더라도 단답형으로 답해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딸이 내게 물었다 

"아빠 화났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중학교 시절 내 모습이 다시 나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아마도 딸은 내가 

무표정하게 책을 읽고 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중학교 이후에 입꼬리를 올리려 참 애썼다

지금도 의식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자꾸 내려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무표정하거나 

화난 듯한 인상이 된다 

나이 40이면 얼굴에 책임을 질 나이라던데 

억지로라도 웃어 보자! 


종이의 그림만 고치지 말고

내 얼굴의 그림도 잘 고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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